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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보/알짜 강소기업

세계로 뛰는 중견기업-6<심팩>

김상엽 강사(김쌤) 2009. 11. 24. 17:14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우리 돈은 돌려 달라."

2002년 10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7층 사무실에 앉아 있던 프레스 기계 제조회사 심팩(옛 쌍용정공)의 최진식 회장은 빚독촉을 받고 있었다. 그를 믿고 쌍용정공 인수에 30억원을 맡긴 2명의 투자자가 회사 실적이 좀체 개선되지 않자 돈을 회수하겠다며 찾아온 것이다. 최 회장도 이미 30억원을 투자한 상태였다.

1년 전만 해도 최 회장은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 )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여의도에서 알아주는 증권맨이었다. 금융이 아닌 제조업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10년째 적자에 허덕이던 쌍용정공을 인수한 게 화근이었다.




"증권사에 있을 때는 '채점자'처럼 수많은 기업을 평가했어요. 그런데 정작 제가 수험생(경영자)이 돼 낙제점을 받은 꼴이었지요. 자존심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이튿날 아침 최 회장은 5억원짜리 상가 건물 등기권리증을 아내 앞에 내놓았다. 그리고 "내가 망하면 이걸로 자식들 공부시켜라"고 했다. 나머지 재산은 모두 은행에 담보로 내놓았다.

서울 연희동 주택과 보유 중인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30억원을 대출 받아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그런 사정을 안 부인은 "한푼이라도 사업에 보태라"며 상가마저 다시 내놓았다.

최 회장은 결국 심팩에 전재산 65억원을 모두 걸었다. 심팩이 잘못되면 '10억 연봉자'에서 하루 아침에 알거지로 전락할 판이었다.

배수진을 친 최 회장은 거래처인 S사를 찾아갔다. S사는 회사 연매출의 10%(약 50억원)를 차지하는 최대 거래처였다.

"그동안 판매가격이 원가 수준이어서 마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값을 5%만 올려 주세요."

절박하게 매달린 최 회장에게 S사는 "그렇다면 대만 기계를 들여오겠다"며 이후 6개월간 단 한 건의 주문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직원 급여를 30% 삭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자신의 연봉도 700만원으로 줄였다. 낙담하던 그에게 솔깃한 소식이 들려왔다.

말레이시아 자동차회사 '프로톤(Proton)'이 생산설비를 늘린다는 얘기가 증권가에 돈 것이다. 직원 교통비마저 삭감했던 최 회장은 300만원이던 말레이시아 출장비용을 자신의 월급으로 해결했다. "아무리 회사 일이지만 출장비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를 만난 프로톤 설비 책임자의 반응은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빈손으로 돌아온 그는 프로톤 생산현장의 엔지니어를 직접 설득하기로 했다.

이미 현대차쌍용차 등 기존 거래처 엔지니어 사이에서 '품질은 최고다'는 평판을 받아왔던 터라 자신이 있었다. 다시 말레이시아로 향한 최 회장은 엔지니어들을 만났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며 제품 설계를 수차례 바꿨다.

그렇게 두 달간 10번이나 프로톤 공장을 찾아가자 프로톤의 설비 책임자가 그를 불렀다.

"미스터 최. 우리와 거래합시다. 오너가 직접 와서 이렇게 영업하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이 정도면 제품도 믿을 수 있을 겁니다."

300만달러 계약을 따내며 국내의 손실을 만회하는 순간이었다. 가격은 오히려 국내 판매가보다 30% 정도 더 높았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2003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심팩은 지난해 매출 1300억원, 순이익은 255억원을 기록하며 부활했다. 수출 비중은 인수 전 20%대에서 이제 50~60% 수준으로 늘었다.

최 회장은 2006년 법정관리 중이던 합금철 회사인 한합산업(현 심팩ANC)도 인수했다. 매년 파업을 겪을 정도로 대표적 강성 노조 사업장이었던 한합산업은 그 이후 한 번도 노사분규가 없었다.

이 회사 임희석 노조위원장은 "이익의 20%를 직원들에게 분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작업장 환경 개선과 추가 투자를 한 최 회장을 통해 회사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심팩 ANC 노조는 작년 초 노조원 100%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심팩ANC는 지난해 매출액 2340억원, 순이익 410억원을 올려 인수 이전인 2005년보다 매출은 6배, 순이익은 20배 가까이 늘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