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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보/알짜 강소기업

세계로 뛰는 중견기업-4<퍼시스>

김상엽 강사(김쌤) 2009. 11. 24. 17:12

1987년 봄 사무가구 전문기업 퍼시스 손동창 (61) 회장은 가구전시장이 밀집해 있던 서울 을지로를 찾았다. 첫 번째 매장을 둘러본 손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매장 입구에 있던 퍼시스 제품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더 이상 퍼시스 제품은 받지 않겠다"며 "이유는 묻지 마라"고 했다. 그곳에 있던 10여곳의 매장에서 퍼시스 제품이 보름 만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평소 안면이 있던 점원 한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매장 주인들이 손 회장을 괘씸하게 여겨 집단적으로 불매에 들어갔다"고 말해주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손 회장은 사무용 가구 시장의 '이단아'였다. 1980년대 사무용 가구는 '사각형 모양에 서랍 3개가 달린 철제 책상'이 표준이었다. 유통업자가 기업이나 관공서로부터 계약을 따와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공장에 제작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저가 제품 경쟁밖에 없던 사양산업이었다.



손 회장은 조용하던 사무용품 시장에 돌을 던졌다. 우선 크기를 1.5배 정도 키우고 곡선으로 디자인한 나무 책상을 내놓았다. 가격은 2배 이상 비쌌다. 유통업자를 거치지 않고 전속 대리점을 통해 직접 영업에 나섰다. 기존 질서를 뒤집는 손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유통업자들은 기업들의 구매 담당자를 만나 '퍼시스 제품을 구매하지 마라'며 로비를 했다. 그리고 대형 유통업자는 전시장에 있던 퍼시스 샘플도 모두 치워버렸다.





직접 영업만 포기하면 될 일이었지만, 손 회장은 타협하지 않았다. 대신 영업사원과 함께 기업을 직접 찾아다녔다. 구매담당자뿐 아니라 일반 사원들에게도 제품 카탈로그를 보여 줬다. 기존의 좁은 철제 책상에 불만 많던 일반 사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퍼시스의 매출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정말 좋은 가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걸 방해하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었습니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중학생 까까머리 시절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의 원조로 지은 국립의료원에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의자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의자에 완전히 매료됐다고 손 회장은 회상했다. 그런 가구를 만드는 것이 그의 평생 소원이 된 것이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가구회사에 견습생으로 일했다. 제대 후 1년 남짓 친형이 운영하던 전자부품 회사에서 일했지만, 다시 가구회사에 입사했다. 가구가 그의 운명이었던 셈이다.

창업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나이가 많아 은퇴를 결심한 거래처 사장이 자신의 회사를 맡아보라고 권한 것. 가구 부속품을 만들던 회사였다. 회사 경영권 전체를 받고, 매달 일정 수수료만 내는 좋은 조건이었다. 거래처 사장은 회사를 넘기면서 "쟁이(전문가)는 쟁이를 알아보는 법"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창업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 규모가 3324억원(2008년 기준)으로, 전 세계 가구업체 중 8위에 올라 있다. 최근에는 포브스로부터 아시아에서 주목할 중소기업 200개에 포함되기도 했다.

손 회장은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사무용 가구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창업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은 3D 업종으로 도전하라"고 말했다. 당장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누구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는 훨씬 많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기술력만 있으면 어떤 분야에서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