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뛰어넘는 베스트셀러를 만들거야
| ||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낙엽 떨어지는 공원 벤치에 앉아 독서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가을 풍경이기도 하다.
요즘 영상시대,인터넷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활자 매체가 주는 깊이와 매력은 그 어느 매체도 따라올 수 없다. 특히 국민이 책을 읽지 않으면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경제성장 못지 않게 책을 통한 지식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비록 출판시장이 위축돼 있다지만 100만권 이상 팔리는 '밀리언 셀러'가 속속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이디어와 콘텐츠에 따라선 얼마든지 불황을 극복할 여지가 있다. 또한 새로운 출판 형식인 오디오북이나 학습만화 시장은 성장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책을 만드는 일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진정한 '지식의 보고'인 책을 직접 만드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자.
◎국내 출판시장 2조6000억원 수준
먼저 출판시장의 현황을 살펴보자. '출판연감'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국내 출판사 수는 2만7000개에 이른다. 이 중 지난해 책을 한 권이라도 낸 곳은 2175개(8%)에 불과하다. 출판사로 이름만 등록해 놓은 곳이 워낙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도서 발행 종수는 4만5521종으로 총 1억1314만권이 발행됐다. 종별로 초판을 평균 2485권(평균 면수 263면)씩 찍은 셈이다. 권당 평균가격은 1만1545원이다. 책 한 종당 평균 2쇄를 찍었다고 보면,지난해 국내 출판시장 규모는 2조6124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5년에 비해 3% 줄어든 것이다. 그 만큼 출판시장이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출판의 출발,출판기획자
출판 공정은 크게 네 단계,즉 출판기획,출판편집,제작(북디자인),영업으로 나뉜다. 이들 네 공정과 관련된 직업을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출판기획자는 시장 상황과 독자의 요구를 분석해 출판물의 주제와 내용을 기획하고 출간 전후해 홍보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출판기획자는 출판에 관한 한 마케팅 전문가이자 구성·기획 전문가다. 따라서 출판시장에 대한 정보는 물론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출판사에 시장 조사와 마케팅담당으로 들어가 5년 내외의 숙련기간을 거쳐 출판기획자가 될 수 있다. 특별한 자격 요건은 없지만 마케팅력과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 출판을 위한 원고 수집 및 선별,인쇄과정,표지 및 제목 선정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출판 품질관리,출판편집자
출판편집자는 저자가 쓴 원고 내용을 검토하여 교정 교열 윤문 등 문장을 읽기 좋게 다듬고,편집 형식에 맞도록 원고를 편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편집디자이너,출판편집기자 등으로도 불린다.
출판편집자는 초보 편집부원 시절에는 교정,윤문 작업을 담당하다 일정한 숙련기간을 거친 뒤 출판될 책의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결정하고 출판기획자와 상의해 책이 출판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시 및 수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책을 디자인하는 북디자이너
제작과 관련해 각종 인쇄물의 표지·본문의 구성 및 그림 등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북디자이너가 있다. 디자이너 또는 맥 디자이너(출판제작에 필수적인 매킨토시 컴퓨터를 쓰기 때문)로도 불린다. 출판편집자와 협의해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을 설정하고 표지와 내용물을 디자인한다. 레이아웃,판형,출판물의 지질 등이 북디자이너가 결정할 사항이다. 이 외에도 각종 인쇄물의 표지·본문의 구성 및 그림 등을 편집하고 디자인한다.
북디자이너는 북디자인 대행사 등을 통해 직접 들어가거나,출판편집기자 등의 업무 경력을 살려 담당할 수 있다. 출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책 내용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출판직 경력이 요구된다. 북디자이너가 되려면 4년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게 유리하다. 디자인학원,컴퓨터그래픽학원 등을 통해 북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가공인 자격증은 없으나 관련된 자격증으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컴퓨터그래픽운영 기능사,컴퓨터응용그래픽 기능사 등이 있다.
◎출판의 야전군,출판영업원
끝으로 출판영업원에 대해 살펴보자. 현장에서는 영업직,도서유통담당자 등으로도 불린다. 출판영업원은 완성된 출판물을 영업망이나 배분 대행회사를 통해 배포·판매하는 일을 담당한다. 기존 영업망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영업망을 개척하고 시장조사를 통해 새로 출간할 출판물에 대한 기획안을 만들기도 한다.
특별한 자격 요건은 없지만 출판시장 구조를 잘 이해해야 하며,영업 업무의 특성상 대인관계가 원만하거나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출판유통인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서점(오프라인) 수는 3429개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인터넷서점은 급팽창해 점유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출판계에도 활로가 있다
출판계가 불황이라고 해도 출판시장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급속한 디지털시대에도 활자 매체인 신문이 여전히 중요한 매체로 남는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새 지식과 정보를 보급하고,미래를 조망하는 시각을 키우기 위해 독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따라서 신문 도서 등 출판물은 여전히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앞으로 새로 개척할 분야도 많다. 그 하나가 오디오북시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출판시장인 미국은 전체 시장의 약 12%가 오디오북이다. 금액으론 연간 1조원이 넘고 해마다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세계 두 번째 출판시장인 독일에서도 오디오북은 매년 15%씩 급성장해 20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출판 규모 면에선 세계 7위지만 오디오북은 전체 출판시장의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3~5년 후에는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다른 성장 분야는 출판만화 판매시장이다. 출판계의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학습·아동만화 시장 규모는 32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특히 학습 관련 만화는 전체의 3분의 2(65%)에 달하는 2111억원으로 추정됐다.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에 힘입어 불황을 모르는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출판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국내에서도 수만,수십만권씩 팔리는 도서가 적지 않아 저자와 출판사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올바른 시각을 가지려면 꾸준한 독서가 필요하다. 대입에 필수인 논술도 폭넓고 깊이있는 독서가 필수적이다. 청소년을 비롯해 국민이 보다 열심히 책을 읽는다면 우리나라 출판산업과 출판 관련 종사자들의 활동 무대도 크게 넓어질 것이다. 출처: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