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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일본여행

일본 100년기업을가다-10편(토마토재배가공업체-가고메)

김상엽 강사(김쌤) 2008. 3. 9. 17:36

[동아일보]

7500종 씨앗, 110년 장수의 ‘원천기술’

《100년 기업들에 장수 비결을 물으면 “한 우물 파기”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온다. 정신과 자원을 한곳에 집중하면 힘이 몇 배로 커진다는 이치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업(專業)경영은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주력 상품이 위기를 맞았을 때 생존을 보장해 줄 안전판이 없다는 점이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규동(쇠고기 덮밥) 체인점 요시노야가 비근한 사례. 요시노야는 2003년 미국의 광우병 파동으로 2년 7개월 동안 간판상품인 규동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지옥 문턱’까지 간 고난의 세월이었다.

이런 종류의 위험에 맞닥뜨리는 것은 ‘한 우물 파기’형 기업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그러나 일본 최대 토마토 가공식품업체인 가고메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한다.

○ 토마토 외길 110년…“밭이 제1공장”

가고메는 가니에 이치타로(蟹江一太郞) 창업주가 1899년 토마토 재배에 발을 디딘 것을 시작으로 110년 가까이 사실상 ‘토마토 외길’을 걸어왔다. 연간 매출 1조5000억 원에는 당근과 피망 등의 가공식품도 포함돼 있지만 토마토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현재 일본 전 국민이 소비하는 토마토와 케첩 등 토마토 가공식품의 25%를 가고메가 공급하고 있다. 가공식품만 따지면 50%가 넘을 정도로 가고메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가고메가 연간 35만 t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토마토를 원료로 사용하면서도 시장 가격의 요동에 끄덕하지 않는 비결은 “밭이 제1공장”이라는 가고메의 경영철학에 숨어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 가공업체는 대부분 원료를 시장에서 사다 쓴다. 하지만 가고메는 창업 초기 장기계약을 한 농가에서 토마토를 조달해 왔다. 일본 국내 조달시장의 경우 100% 장기계약 농가에서 토마토를 사들인다.

○ 21세기의 ‘문익점’들

홍보부의 고노 다카시(河野崇) 씨는 “우리 회사의 장기계약 농가는 일본 국내뿐 아니라 터키와 중국 등 세계 6개국에 분포해 있어 회사 사활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한 원료 조달난에 빠질 위험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기상이변이 발생해 작황이 좋지 않으면 터키에서 더 사오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계약을 한다고 ‘시장의 변덕’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준 이하의 토마토를 생산해내는 농가와의 장기계약은 오히려 짐이 될 뿐이다. 가고메 모델의 성패는 수많은 ‘제1공장(밭)’의 품질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고메는 오래전부터 해외출장을 가는 사원들에게 한 가지 ‘특명’을 내렸다.

“손에 넣을 수 있는 토마토 씨앗을 전부 수집해 올 것.”

이들이 일본으로 들고 온 씨앗은 도치기(회木) 현 나스시오바라(那須염原) 시에 있는 종합연구소로 보내진다.

○ “케첩의 경쟁력은 좋은 씨앗에서”

종합연구소에서 만난 호소이 가쓰토시(細井克敏) 농업연구부장은 “현재 우리 연구소에서 보관 중인 토마토 종자는 7500여 종”이라면서 “미국의 국립기관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보유량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에는 호소이 부장이 페루 등의 야산을 헤매며 따온 종자도 있다.

식품가공업체인 가고메가 토마토 씨앗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1공장’의 품질 관리가 씨앗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호소이 부장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 연구소는 수천 종의 토마토를 교배해 재배지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최적의 씨앗을 개발한다. 또한 종자에 맞춰 물을 주는 방법 등 세세한 재배 방법까지 궁리한 뒤 연구원이 농민들을 직접 방문해 지도한다.”

호소이 부장은 “교배를 통해 더 맛있고 영양 많은 토마토를 개발할 수 있고 가공 과정의 경제성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가공 과정에서 토마토의 꼭지를 떼어내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으로 악명이 높았다. 종합연구소는 교배를 통해 힘을 조금만 줘도 꼭지가 떨어지는 종자를 개발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종합연구소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토마토 품종을 하나하나 보여주던 호소이 부장의 발걸음이 마지막으로 멈춘 곳은 토마토를 재배하는 온실이었다.

호소이 부장은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농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다”면서 “농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토마토를 대량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출처: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