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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수작업… 왕실의 ‘입’ 사로잡다
백화점 “입점 해달라” 통사정에도 총 점포수 80개 이하로 엄격 관리
깨끗한 흰색 바탕의 건물 외벽에는 일본의 전통과자 제조업체인 도라야(虎屋)의 빨간 회사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내부는 철저한 ‘비공개’. 무슨 ‘대단한 사연’을 간직한 공장이기에 금싸라기 땅을 깔고 앉은 채 빗장을 꼭꼭 닫아걸고 있는 것일까.
○ 일본 왕실과 함께 500년
공장 앞 도로 건너편에 있는 도라야 본사에서 만난 미무라 시게키(三村茂樹) 이사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우리 회사에는 도쿄, 교토(京都), 후쿠오카(福岡) 등 3곳에 공장이 있습니다. 이 중 도쿄공장은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에 불과한 생과자와 왕실 납품용 특수 과자를 완전 수작업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왕실에서 주문이 오면 곧바로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손해인 줄 알면서 도심 한복판에 공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도라야는 1520년 창업 후 지금까지 약 500년 동안 일본 왕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발상지가 교토인 이 회사가 현재 본사를 도쿄에 두고 있는 이유도 1869년 도쿄 천도(遷都) 때 왕실을 따라 왔기 때문이다.
도라야가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왕실에 정성을 들이는 것은 아니다. 연간 169억 엔(약 1460억 원)에 이르는 이 회사의 매출에서 왕실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의미 없는 수치”다. 도라야가 얻는 것은 ‘왕실=최고급’이라는 무형의 브랜드 가치다.
○ 고급 브랜드 전략의 귀재
도라야를 고급 브랜드로 유지 관리하기 위한 노력은 왕실 마케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도라야가 직영점을 낸 곳은 최고급 상업지인 긴자(銀座), 신흥 부유층 거주지로 유명한 롯폰기힐스 레지던스, 롯폰기힐스의 명성을 위협하는 쇼핑과 관광의 명소로 새롭게 등장한 롯폰기 미드타운빌딩 등 하나같이 ‘고급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곳이다.
백화점에도 점포를 내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맞지 않는 곳이라고 판단되면 아무리 백화점 측이 사정해도 응하지 않는다.
이치카와 유키오(市川幸生) 홍보과장은 “총 점포가 80개가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드타운빌딩에 점포를 낼 때는 멀쩡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다른 점포를 폐쇄하기도 했다.
도라야가 브랜드 관리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도라야문고’다. 도라야문고란 전통과자와 관련된 고문서와 문헌, 오래된 기물, 전통과자의 상표 등록 자료 등 지적재산권 선점과 분쟁 예방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종합자료관이다.
○ “전통은 혁신의 연속”
도라야가 왕실이나 전통을 중시한다고 해서 변화를 싫어하는 기업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통은 혁신의 연속이다.”
최근 일본에서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시니세(老포·오래된 전통의 상점이나 점포) 기업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 모토를 처음으로 만들어 낸 곳이 바로 도라야다.
도라야는 1980년에 파리에 점포를 낸 데 이어 2003년에는 롯폰기힐스 레지던스에 전통과자업체 중 처음으로 카페를 냈다. 도라야 카페는 단팥과 한천 등 동양적인 소재와 아이스크림이나 푸딩 등 서양적인 외형을 조화시킨 동서양 퓨전 제품을 파는 곳.
당시로서는 다른 전통과자 업체들이 꿈도 꾸지 못하던 도전이자 파격이었다.
미무라 이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회사의 주력상품인 양갱도 원래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일본 문화와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결과 지금은 중국 양갱과는 전혀 다른 식품이 됐습니다.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데 국적에 연연할 이유가 없습니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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