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보다 독창성… 노벨상도 인정한 기술
“오늘 끼니보다 내일 씨앗” 직원 3분의 1이 연구개발직
원격조작 X선 TV장치 등 ‘세계 최초’ 제품 수없이 많아
《일본의 천년고도(古都) 교토(京都)의 시청사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시마즈(島津)창업기념자료관. 첨단 계측·의료·항공·산업기기 제조업체 시마즈제작소가 창업 후 133년 동안 만든 제품 중 기념비적 제품만을 전시해 놓은 이곳에서 95년 전 발매된 작은 선풍기 한 대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사콘 시게키(左近茂樹) 자료관장은 “당시 기술 수준에 비춰 보면 성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지만 사업성 면에서 보면 실패작”이라고 귀띔했다. 고급품을 고집해 선풍기에 비싼 옻칠을 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이처럼 흔히 말하는 ‘장삿속’은 밝지 못하지만 기술력 하나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기업이 시마즈제작소다.》
○ 2002년 노벨상 수상
창업기념자료관에서 택시로 20분가량 떨어진 시마즈제작소 본사의 한 건물에는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기념 질량분석연구소’라고 적힌 작은 안내판이 다른 안내판들에 뒤섞여 걸려 있었다.
2002년 10월 일본의 회사원 연구자 중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다나카 씨가 소장을 맡고 있는 연구소다.
노벨상 수상 당시 다나카 씨의 직급은 과장보다 한 단계 아래인 주임. 수상자 선정 발표 직후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작업복 차림으로 나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며 쑥스러워하던 그의 모습을 많은 일본인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 회사 사장실의 사카노시타 다케시(阪の下健) 과장은 “연구소 내부는 비공개지만 지극히 평범한 일반 사무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나카 소장이 연구원 15명과 함께 노벨 화학상 수상의 테마였던 단백질 질량분석의 응용 범위를 넓히고 관련 장비의 성능을 개선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돈보다 남이 안만드는 제품
시마즈제작소의 연간 매출액은 2624억 엔(약 2조3000억 원). 경제대국 일본에서 명함을 내밀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대기업들을 제치고 노벨상 수상자를 처음 배출한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연구개발(R&D) 부문을 총괄하는 요시다 다미오(吉田多見男) 이사는 “돈이 되는 제품보다 남이 안 만드는 제품을 만들려는 기업 풍토”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요시다 이사는 2002년 노벨상 수상 당시 다나카 소장이 속한 연구팀의 리더.
그는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질량분석기 개발에 나선 것도 학계에서 이를 연구하는 학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며 “1980년대 중반 연구에 착수한 뒤 4년에 걸쳐 개발한 첫 모델은 1대밖에 안 팔렸다”고 밝혔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질량분석기(개량형)의 판매량은 종전보다 비약적으로 늘었다고는 하지만 회사 전체 매출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물론 회사의 이미지 제고와 사원들의 사기 진작 등 간접적인 효과는 컸다.
시마즈제작소는 2002년 3월 결산에서 1875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으나 경영 개혁과 노벨상 효과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3월 결산에서는 3년 연속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 기초기술이 튼튼해야
시마즈제작소는 노벨상을 받기 이전부터 수많은 ‘세계 최초’ ‘일본 최초’ 상품을 개발해 유명해졌다.
1877년 일본 최초로 유인 경기구(輕氣球)를 띄우는 데 성공했고 1909년에는 역시 일본 최초로 의료용 X선 장치를 상품화했다.
1952년에는 세계 최초로 광전자식 분광 광도계 생산을 시작했다. 1961년에는 원격 조작식 X선 텔레비전 장치를 개발했다. 역시 세계 최초다.
2003년 세계 최초로 제조한 ‘직접교환방식 FPD(Flat Panel Detector) 탑재 순환기용 X선 진단장치’는 현재 이 회사의 효자상품 가운데 하나다.
R&D 부문에서 이처럼 눈부신 실적을 낸 비결은 오늘의 끼니보다 내일의 씨앗을 걱정하는 농부 정신에서 나왔다.
시마즈제작소는 박사급 73명을 포함해 전 직원의 3분의 1가량을 R&D 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주주로부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끊임없이 요구받는 상장회사이지만 R&D의 20%는 제품과 직접 상관없는 기초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요시다 이사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세계 최초나 일본 최초의 제품을 만들려면 응용기술만 가지고는 안 된다. 기초기술이 튼튼해야 한다.”
시마즈제작소 개요 | |
구분 | 내용 |
창업 연도 | 1875년 |
생산 품목 | 계측기기, 의료기기, 항공기기, 산업기기 |
본사 소재지 | 교토 시 나카교 구 니시노쿄쿠와바라 정 1번지 |
연간 매출 | 2624억 엔(약 2조3000억 원) |
종업원 | 3530명 |
사시(社是) | 과학기술로 사회에 공헌한다 |
창업 경위 | 시마즈 겐조(島津源藏) 창업주가 과학 입국의 포부를 안고 교육용 이화학기계 제조업체로 설립 |
특기 사항 | 2002년 당시 다나카 고이치 주임이 노벨 화학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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