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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사가 100년 이상 세계적인 보석류 제조 판매업체로 번창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을 제공한 ‘현장’을 보여 달라.”
약간 추상적인 취재 요청에 미키모토 측은 처음에는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로 정평이 난 도쿄(東京) 긴자(銀座)의 본점, 진주 명가의 ‘장인력(匠人力)’을 엿볼 수 있는 도쿄 메구로(目黑) 공장도 잠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미키모토 측이 숙고 끝에 기자를 안내한 곳은 도쿄 역에서 신칸센, 전철, 택시를 번갈아 타고 5시간 이상 가야 하는 다토쿠(多德)진주양식장이었다.
행정구역상 미에(三重) 현 시마(志摩) 시 하마지마(浜島) 정에 속하는 다토쿠양식장 앞에는 ‘진주만’이라고도 불리는 아고(英虞) 만의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 천혜의 진주양식장
명함을 교환한 야마무라 준야(山村淳也) 다토쿠양식장장은 이내 계류장에 정박 중인 고속보트로 발길을 향했다.
26km²에 이르는 아고 만 내부는 미키모토 외에도 수백의 중소 진주양식업체가 띄워 놓은 시설물로 가득했다.
야마무라 양식장장은 “미키모토 고키치(御木本幸吉) 창업주가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도전하면서 아고 만을 고른 이유는 파도, 수온, 플랑크톤의 양, 주변 삼림 등이 진주조개를 키우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3년에 걸친 길고 고단한 작업
한 알의 진주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통상 진주조개 종묘 생산→육성→피한(避寒)→육성→피한→핵(核) 삽입→육성→하마아게(진주조개에서 진주를 빼내는 작업)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3년에 걸친 길고 고단한 작업이다.
1시간여에 걸쳐 아고 만의 양식 현장을 둘러보고 양식장에 돌아오자 직원 2명이 하마아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개 속에서 나온 진주의 크기와 색깔은 다양했다. 색깔이 바래고 모양이 이지러진 것도 일부 있었다.
야마무라 양식장장은 “지금 하마아게 작업을 하는 진주조개는 일반직 신입사원들이 시험 삼아 핵을 넣은 것”이라며 “우리 회사는 현장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해 양식과 전혀 관련이 없는 관리부문 사원도 반드시 이곳에서 직접 양식 작업을 체험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숙련된 직원들이 핵을 넣은 조개에서 나오는 진주는 전혀 달랐다. 완전한 공 모양에 가까운 상품(上品) 진주들이 특유의 영롱한 빛깔을 뿜어냈다.
하지만 이 중에도 미키모토 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것은 몇 %도 안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엄선에 엄선을 거듭해 좋은 진주만을 상품화한다는 것.
○ 진주왕의 진짜 보물은 지구본
미키모토 측이 취재 장소로 다토쿠양식장을 결정한 이유는 진주 양식이 보석류 제조의 출발점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진주왕’ 미키모토 창업주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마아게 작업장과 연구소 건물 사이로 난 언덕길을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모습을 드러내는 ‘진주각’이 대표적인 곳이다.
미키모토 창업주가 1954년 96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노년을 보낸 진주각은 일본의 방 3개짜리 평범한 중산층 주택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집안에 있는 가구나 집기도 진주왕의 집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소박한 것뿐이었다.
조그만 원형 탁자와 의자 4개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해 서 있을 자리조차 마땅치 않은 좁은 응접실에는 낡은 지구본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미키모토 창업주는 항상 이 지구본을 옆에 두고 틈이 날 때마다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주위를 3바퀴씩 돌았다. 몸은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지만 사업의 시야는 늘 세계를 향하려는 마음가짐이 낳은 습관이었다.
진주각 아래의 건물에는 미키모토 창업주가 남긴 친필 휘호가 걸려 있다.
‘지(智) 운(運) 명(命).’
이 중 ‘명’은 ‘크게 성공하려면 장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이라고 해서 사람과 다를 까닭이 없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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