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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 스펙은 가라~독한 세상 체험기

김상엽 강사(김쌤) 2010. 2. 20. 12:47

수박 겉핥기 '스펙 쌓기'는 가라
홍보대사·파워블로거… 2~3개 활동 동시에 진행
가짓수 만큼 내실도 다져

4일 오후 국민권익위원회 2층 청렴교육관. 권익위 청렴홍보단에서 지난 7월부터 '반디의 꿈'이란 팀을 조직해 활동한 강원대 유강희(25·경영학과 3년)씨가 그동안의 성과를 발표했다.

"지역 축제 5곳에서 청렴을 주제로 '청년 골든벨' 퀴즈대회를 진행했습니다. 도청과 소방서, 병무청 등 기관의 감사관을 찾아 인터뷰했고…."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20여개의 대외활동에 참가하며‘스펙’을 쌓아온 강원대 유강희씨가 그동안 받은 상장·위촉장·임명장 등을 내보이고 있다. 유씨는“대외활동에 치우쳐 학과 공부에 소홀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심사위원 5명이 그의 발표에 집중했다. 전국에서 선발된 11개 팀 가운데 유씨는 장려상을 받았다. 최고상 수상은 아니었지만 그는 머리와 몸으로 함께 뛴 지난 넉달 간의 활동에 만족한다고 했다.

작년 초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선 유씨는 지금까지 20여개의 각기 다른 '경험'을 쌓았다. 지난 1월에는 SK텔레콤 해외 자원봉사단원으로 베트남을 방문했고, 3월에는 일본 도쿄의 한국상품전에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했다. 말레이시아 국제 미용박람회(7월), 한 제약회사의 백두산 테마여행(8월)에도 이름을 올렸다. 교통안전공단 교통사고 피해가족 지원정책 국민모니터링단, 신용회복위원회 블로그 기자단, 스포츠 의류업체의 파워 블로거 등 유씨의 활동은 전방위적이다. 늘 2~3개의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지만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씨는 "학과 공부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했다. 대외활동이란 '산토끼'를 잡으려다 전공 공부와 학점이란 '집토끼'를 놓치는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전공 수업도 정면 돌파했다. 평점은 4.5점 만점에 3.89점. 그는 "대외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고 했다.

학업과 대외활동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을 넘어 제대로 요리하겠다는 '내실 있는 스펙(spec) 추구형' 대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스펙이란 학점이나 토익 점수, 각종 공인 자격증이나 공모전 입상 경력 같은 대외활동 인증서 등 입사(入社) 시험을 위한 외형적 조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살벌한 취업 전쟁에서 조금이라도 돋보이기 위해 스펙의 가짓수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과거와는 달리 스펙을 얻는 과정에도 충실하겠다며 대학생들의 의식에 질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웬만해선 수업에 빠지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빠져야 할 경우에는 교수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출석으로 인정받는다. 손쉽게 학점을 딸 수 있는 '전략 과목'을 골라 듣는 얄팍함은 배격한다. 잠을 줄이고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활용하는 우직한 정공법(正攻法)으로 나선다. 자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유씨는 "대외활동의 가짓수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기업 면접관들은 진짜 '내공'을 갖춘 선수인지 아닌지를 한눈에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는 강의 시간표를 짤 때 수업이 없는 공강일을 반드시 하루나 이틀 정도 만든다. 아침부터 시작해 강의가 7~8시간 내리 이어지는 날도 있다. 시간을 쪼개 중국인 학생 10명과 '중국어·한국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매주 2~3시간씩 공부한다. 유씨는 갖가지 기획 회의나 행사 참석을 위해 매주 2~3차례 서울에 간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는 강의 프린트물을 공부한다.

그는 "캠퍼스 밖에서 쌓은 인맥만 1000여명이 넘는다"고 했다. "입학했을 때만 해도 지방대생이란 한계에 부딪혀 많이 힘들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학교의 수많은 학생들과 교류하며 나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는 걸 느낍니다."

적성과 취미에 맞는 분야를 미리 정한 뒤 전문성을 갖춘 대외활동에 집중하는 대학생도 늘었다. 한라대 김한균(24·광고홍보학과 3년)씨는 남들이 다 하는 '스펙 관리' 대신 어릴 적부터 화장품에 '꽂혔던' 자신의 경험을 적극 살리기도 했다.

화장품 가게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체 3곳에서 인턴을 했다. 피부관리사 자격증도 땄다. 김씨는 최근 온라인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인 '아웃 캠퍼스(http://cafe.naver.com/outcampus)에서 '뷰티 특강'을 진행했다. '이지데이(www.ezday.co.kr)란 사이트에 남성 화장품 관련 칼럼도 연재했다. 스펙 쌓기에만 매달리는 '올인형'에서 자신의 스펙을 남들과 공유하는 '나눔형'으로 진화한 것이다. 김씨는 "좋은 제품과 정보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메일이 1000통 넘게 왔다"면서 "정보를 공유하며 내가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신예원(22·초등교육과 3년)씨는 보건복지가족부 해외체험단 등 10개의 대외활동을 했다. 그는 학과 공부와 대외활동의 비율을 7대 3으로 정했다. 낮에는 6~7시간 정도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오후와 밤에 3~4시간 동안 대외활동에 집중했다. 각종 아이디어 회의는 온라인 채팅으로 해결해 시간을 절약했다.

평점은 4.3점 만점에 3.9점. 최근엔 한 기업의 논문 공모전에도 논문을 출품했다. 잠은 서너 시간밖에 잘 수 없었다. 지난 학기에는 전공 8과목(21학점) 수업과 대외활동을 병행하느라 체중이 5㎏이나 빠졌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