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세계적 신약을 만들려면 서둘러 임상통계전문가를 육성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유럽1위 제약업체 사노피-아벤티스의 미국 연구개발센터에서 임상통계전문가로 일하는 조미형(39.여) 박사는 기자와 만나 임상통계전문가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세계시장 진출은 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임상시험을 총괄하는 임상통계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조 박사의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임상시험 건수는 10년 전인 1999년에 비해 10배가량 증가하면서, 임상시험 인력의 개발과 육성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조미형 박사는 지난 91년 포항공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생물통계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다국적제약사 머크를 거쳐 지금은 사노피-아벤티스 임상통계전문가(Associate Director of Biostatistics and Programming)로 일하고 있다.
조 박사로부터 임상시험 핵심 인력인 임상통계전문가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신약 개발로 각광받는 `임상통계전문가' = "임상통계전문가라고 하면 단순히 수치를 뽑아 숫자 계산만 하는 직업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임상통계전문가는 실제 어떤 분야의 약을 개발할지부터 허가, 패키징까지 전 분야에 관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서와 의사소통을 통해 업무를 진행합니다"
조 박사는 임상통계전문가가 제약업체의 `팔방미인'이라고 강조했다.
"약이 개발돼 시장에 나오려면 임상적 의미뿐 아니라 통계학적인 유효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임상통계는 신약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신약개발의 경우 어떤 화합물이 가능성이 보이면 신약개발 전략을 짜는 것에서부터 마지막 3상 임상이 다 끝나고 허가받을 때까지 임상통계전문가가 관여하게 된다"면서 "임상시험 디자인은 통계학적으로 어떻게 잘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비통계학적인 부분, 비용 및 시간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신약이 필요한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적절한 약이 없는 분야라든가, 이러 부분을 찾아내는 데도 통계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 한국 임상통계전문가 턱없이 부족 = 지난 8월 20일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에서 개최한 임상시험 실무교육 아카데미에서 조 박사는 "최근 다국적사들이 한국 내 R&D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인력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초반 임상통계전문가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돼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한 지 2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이 분야 국내 인력은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조 박사에 따르면 미국 FDA에만 대략 200여명이 임상통계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박사학위 소지자라고 한다.
많은 고급인력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허가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노피-아벤티스 미국 연구개발센터만 보더라도 임상통계전문가와 통계 프로그래머들이 대략 100여명이나 된다고 조 박사는 전했다.
그는 "미 FDA에서 신약 관련 허가 시 가장 많은 질문이 통계 관련된 것"이라며 "신약허가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효과성인데, 임상시험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통계 수치가 약의 안전성과 효과성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따라서 미국의 엄격한 신약개발 허가 절차를 넘으려면 유능한 임상통계전문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지적했다.
◇ 수학, 간호, 약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 가능 = "임상통계전문가로 일하는 사람들의 학부 전공은 수학, 약학, 컴퓨터공학 등으로 다양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죠"
조 박사만해도 수학을 전공하다 석사과정을 통해 생물통계학을 처음 접하게 됐다.
"실제 석박사과정에서 만난 친구들의 전공을 보면 컴퓨터 과학, 생물학 등으로 다양했고, 제가 전공한 수학은 통계분야 과목을 들을 때 도움이 됐습니다. 반대로 생물학을 전공한 친구들은 유전학 관련 전공분야를 배울 때 유리했었죠"
그는 지금 미국의 경우 임상통계전문가가 어느 정도 포화상태지만 중국 같은 경우 임상통계전문가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영어능력과 전문성만 갖췄다면 젊은이들이 글로벌 제약 시장에 도전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임상통계전문가는 `의사전달력'이 중요하다고 조 박사는 강조했다.
처음 직장에서 인터뷰 시 받았던 질문이 자신의 논문을 통계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설명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통계학적인 결과를 통계를 공부하지 않은 내부 직원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게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받은 것 같다"면서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내부에 있는 다양한 부서와 협업이 필요한 만큼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좋은 약을 개발하고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지금도 협상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에 대한 책을 읽고 의사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자기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약의 안전성 문제로 임상통계전문가 역할 더 중요 = 최근 약의 안전성 문제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오면서 임상통계 전문가들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임상시험이 끝나고 나온 통계 결과를 잘 해석했는지를 다시 한번 판단하는 것도 임상통계 전문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기관이 약의 안전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수록 임상통계전문가들의 역할도 더 커진다.
그는 "정부기관에서는 약효는 적으면서 부작용이 많은 약을 출시할 경우 국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정부기관과 제약사 모두 이 부분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게 된다"면서 "그래서 임상통계 분석시 오차범위가 5% 미만이 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박사는 특히 의사전달력이 뛰어난 이공대 여성 인력들이 임상통계전문가라는 직업에 더 많이 도전할 것을 권유했다.
조 박사는 "임상통계전문가가 되려면, 대학원에서 생물통계학, 역학통계학 등을 전공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일반통계학을 전공한 후 대학병원 등에서 임상시험과 관련한 경력을 쌓은 후에 제약회사와 같은 전문 임상시험 센터로 오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출처: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