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미쳐 살았던 젊은이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 강남 등지에서 DJ로 활약했고 이후엔 대중음악 작곡가 일도 했다. 직장도 결국 비슷한 데서 찾았다.
정윤종 KTF뮤직 뮤직스타일리스트(27) 얘기다. 그는 국내에선 아직 이름조차 생소한 ‘매장음악전문가’다. 유명 대형할인점은 물론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의류매장에 깔리는 배경음악을 선곡해 서비스하는 일을 한다.
“인터넷망을 통해 2000여개 점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배경음악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고객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죠. 유명 브랜드 매장일수록 혹시 모를 저작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서비스를 많이 요청합니다.”
정 씨가 하는 일은 단순히 점포 배경음악의 저작권료를 대신 지불하는 업무를 넘어선다.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곡의 색깔, 템포까지 고심해 음악을 서비스한다.
“스포츠의류 매장에 가면 무조건 빠른 음악만 나오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제가 관리하는 회사들을 직접 비교해보면 A사는 흑인음악, B사는 유럽의 전자음악을 위주로 서비스하죠. 고객들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선곡하고 있습니다.”
입지, 시간대에 따라서도 선곡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정 씨는 “고객 회전율을 높이는 데 빠른 템포의 음악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면서 “손님이 북적대는 곳이나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엔 댄스음악 위주로 곡을 고른다”고 귀띔했다.
그는 “매장음악전문가는 일종의 마케터”라고 규정했다. 실제 갖가지 점포 운영 전략회의에도 종종 참여해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선곡 작업 하나하나마다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는 건 이런 이유다.
“음악이 단번에 선곡되진 않아요. 한 점포의 배경음악을 맡았다고 하면 주요 고객들의 구매 패턴, 매장 위치, 인테리어 등을 꼼꼼히 따져 약 한 달간 여러 곡을 시험해보죠. 정식 서비스를 한다고 해도 손님들이 식상해하지 않도록 음악을 계속 업데이트해줍니다.”
매장음악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정 씨는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음악 소양은 물론 마케팅 지식도 갖춰야 하는 만큼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처: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