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고객과 상담 중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멤버스클럽 문을 두드리자 한 사람이 얼굴만 내밀고 이렇게 말한다. 잠시 뒤 양유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멤버스클럽 실장(47)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최상위 고객을 상담하느라 시간이 조금 지연됐다”고 사과했다. 양 실장은 백화점에서 VIP 중에서도 VVIP만을 상대하는 퍼스널쇼퍼다.
에비뉴엘 이용 고객 중에서도 매출액 기준 최상위 300명만을 상대하는 게 퍼스널쇼퍼인데 그들 중에서도 상위 고객만 상대하는 사람이 양유진 실장. 그는 일종의 VVIP 맞춤형 쇼핑 도우미로서 국내 1호란 평가를 듣는다.
그는 미리 명품 매장을 돌며 멤버스클럽을 찾은 고객에게 어울릴 만한 상품들을 모아 방 하나를 종합매장처럼 꾸민다. 고객들은 퍼스널쇼퍼가 고심해 선정한 후보상품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한다.
“백화점 최고 고객만 찾는 만큼 취향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에요. 웬만한 젊은 친구들은 견디지 못할 만큼이죠. 손님이 한번 찾으면 짧게는 몇 시간이지만 길겐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냅니다. 때문에 방 안에서 취향에 맞는 식사도 가능하게 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죠. 불편이 없게 상품권 등 사은품도 대신 받아주고 종종 차량도 제공한답니다.”
롯데 본점은 2005년 3월 에비뉴엘을 열면서 4층에 VVIP 전용공간인 멤버스클럽룸을 만들었다.
인기가 높아지자 2006년엔 5층에 비슷한 콘셉트의 방을 또 열었다. 이 공간을 이용하는 회원들은 정재계 내로라하는 인물의 부인,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그들의 숨겨진 애인(?)도 포함된다.
양 실장은 “1차로 비밀 보장부터 강력하게 요구하는 손님들이라 일하면서 겪은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지만 공개할 수 없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퍼스널쇼퍼로 타고난 인물이다. 대학에서 통계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정작 가장 관심 있게 공부한 분야는 패션이다. 공부보단 옷차림에 더 신경 쓰던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패션 관련 학원을 다녔다. 그것도 모자라 80년대 보통 고졸자들이 지원하던 의류업체 점원 자리에 석사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원서를 넣었다.
퍼스널쇼퍼로서 활동한 기간은 불과 5년이지만 백화점업계에서만 20년 세월을 보냈다. 2004년 3월 갤러리아가 국내 최초 VVIP 라운지를 만들 때 1호 퍼스널쇼퍼가 됐고 2005년 롯데백화점이 명품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현 직장에 영입됐다. 그가 명품 판매 전문가가 되기까지 기울인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근무를 하며 틈틈이 영어학원도 다녔고 국내외 패션 관련 잡지, 인터넷 등은 지금도 꼼꼼하게 읽어보죠. 시즌마다 명품 브랜드에서 나오는 신상품 정보를 자세히 확인하는 것은 물론 손님 개개인의 취향 변화도 수시로 읽어내고 있어요.”
그는 “현재 국내 퍼스널쇼퍼는 10여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특수직이지만 업계마다 VIP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직업 수요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