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으로 연봉 삭감의 아픔을 달래고, 또 한잔으로 불경기의 우울함을 달랜다. 불황기 서민의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주류의 소비가 늘었다고 한다. 최근 극심한 불경기로 불황을 몸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불황여파로 연봉이 삭감되고, 옆자리 동료의 책상이 사라지고, 24시간 돌아가던 공장에서 기계소리가 멈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어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불황을 모르는 기업’도 건재하고 있다.
행남자기는 바이어로부터 700만달러에 달하는 수주계약에 성공해 내년 상반기까지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했다. 한경희 생활과학은 미국시장 진출 1년 만에 대성공을 거둬 내년에 5000만달러의 외화벌이에 나선다.
지난달 월매출 신기록을 달성한 한샘은 국내 경기불황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품질로 승부 700만달러 계약 성사
행남자기는 11월 초 미국, 유럽 바이어와 700만달러어치(약 200만개)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수주가 의의 있는 것은 불경기와 상관없이 예정된 수주가 아닌 스페셜 오더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내년 상반기 납기일까지 공장 가동 물량을 조정해야 할 정도로 행복한 고민이다.
김태성 행남자기 부사장은 “현재 IMF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IMF를 겪고 나니 특이한 현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바이어들이 경기가 좋을 때는 저가 상품을 많이 찾는 반면 경기가 나빠지니까 믿을 만한 곳과 거래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황기에도 호황을 누리는 비결에 대해 김 부사장은 “15년 이상 이어져온 한 바이어들과의 품질을 통한 ‘신용’이 가장 큰 비결”이라며 “신제품 출시 2주일이면 소위 짝퉁 제품들이 시장에 깔리지만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판단하는 바이어들이 행남자기의 손을 들어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행남자기는 최근 도자기 본고장인 중국 현지 바이어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모두 200만달러 상당의 내년도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올해 대중 수출물량의 두배에 달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행남자기는 현재 10곳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내 단독 매장을 내년까지 20곳으로 늘리고 맞춤형 제품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행남자기는 현재 일본, 영국, 미국 거래처로부터 일부 OEM과 자가 브랜드 수출을 병행하고 있다.
행남자기를 오는 2015년까지 어떤 회사로 키우겠냐는 질문에 김 부사장은 “샘플공장과 마케팅, 디자인 정도만 한국에서 운영을 하고 대부분 OEM 수입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행남자기’ 브랜드 파워를 키울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진출 1년만에 1000만달러 수출
한경희생활과학은 요즘 생각지도 못한 큰 호재로 싱글벙글이다.
지난해 한경희 사장이 스팀청소기를 들고 미국에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스팀청소기’는 진공청소기에 밀려 찬밥 신세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카펫 문화가 웰빙 트렌드에 따라 서서히 걷히면서 스팀청소기 시장은 무궁무진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미미했던 미국 수출은 올해 1000만달러, 내년에는 5000만달러 판매가 이미 예약된 상태이다. 미국 QVC 홈쇼핑에서는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800억원에서 미국시장 진출에 힘입어 올해 12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에 내년에는 매출 1500억원 이상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종호 한경희생활과학 부사장은 “올해 국내 내수시장은 15% 신장한 반면 미국시장은 무려 세자리 수가 급신장했다”며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HAAN’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서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나 부사장은 “앞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다”며 “그러나 지금은 시장이 불경기인 만큼 핵심역량 사업인 ‘스팀’을 통해 사업군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R&D인력이 전체 인력의 20%를 차지하며 매출액의 5%를 매년 기술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때문에 품질력이 검증 안 되면 진입이 어렵다는 미국 QVC 홈쇼핑에 6만대를 납품할 수 있었다.
한경희 사장은 미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길 정도의 열의를 보이고 있다.
나 부사장은 “미국시장은 이제 성공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중국, 이란, 쿠웨이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일본 북해지역도 온돌방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귀띔했다.
논현 직매장 10月 매출 32억6000만원 신기록수립
한샘이 최근 발표한 10월까지의 실적은 불황도 비껴갈 정도였다.
한샘은 2008년 10월까지 누계 매출이 3571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47억1000만원보다 약 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47억8000만원으로 전년의 119억5000만원보다 107.4% 급성장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한샘의 일반가구 시판을 담당하는 인테리어 사업본부는 10월에 172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단일 사업본부 월매출 신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인테리어직 매장 부분은 81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10월 54억4000만원보다 50%나 성장했다.
한샘 논현 직매장은 10월 한 달 동안 32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 신기록 달성이라는 쾌거를 기록했다. 또 방배 직매장도 20억원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렸고 온라인 매출도 16억4000만원으로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처럼 한샘 직매장이 높은 매출성장을 기록한 것에 대해 오화철 논현 직매장 점장은 “매장의 전시개선과 지속적인 고객관리, 시즌별 프로모션을 통해 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최근 사업설명회를 통해 사업 전 분야와 신규사업에 대한 성장계획을 발표한 한샘 최양하 부회장은 “매장 대형화와 새로운 유통망의 확대를 통해 현재 10%대에 머물러 있는 한샘의 시장점유율을 전분야에서 30% 이상으로 끌어올려 종합 인테리어 부분의 국내 최고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주거환경 부문 세계최강 기업’과 ‘세계 500대 기업’진출이라는 장기 목표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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