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05년 4월 일본의 온천 료칸(旅館·일본의 전통 고급 숙박시설) 재생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부실한 료칸을 인수한 뒤 시설과 경영을 일신해 수익성 높은 고급 숙박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가뜩이나 불황인 료칸 사업에 경험도 없는 골드만삭스가 '겁 없이' 뛰어든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료칸을 사들이면 운영을 전담해줄 실력 있는 파트너가 따로 있었던 것. 골드만삭스가 '적자 료칸을 흑자 료칸으로 탈바꿈시키는 미다스의 손'이라고 확신한 호시노리조트는 어떤 기업일까.》
○ 항의전화 받자 고객 집까지 찾아가 사과
온천 료칸과 스키리조트 등 5곳을 소유한 호시노리조트의 본거지는 일본 부유층의 별장지로 유명한 나가노(長野) 현 가루이자와(輕井澤) 정이다.
이곳에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 료칸 '호시노야 가루이자와'와 결혼식 전문 리조트 '호텔 블레스턴 코트'가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3월 호시노야 가루이자와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호시노야 가루이자와가 운영하는 '손민(村民)식당'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곳에 가끔씩 들러 소주 2잔을 반주로 메밀국수를 먹고 가는 노부부였다.
"평소에는 소주가 먼저 나오고 다 마실 무렵 메밀국수가 나왔다. 그런데 전날은 두 가지가 동시에 나오는 바람에 메밀국수에 손이 갈 무렵에는 면발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항의전화를 받은 현장책임자는 다음 날 조리담당자를 데리고 노부부의 집에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그런 다음 조리담당자는 즉석에서 메밀국수를 요리해 노부부에게 대접했다.
요시카와 류지(吉川龍司) 호시노야 가루이자와 총지배인은 "지금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자주 있다"면서 "불만이 있는 고객에게는 서비스를 다시 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 "호시노 사전에 적자는 없다"
호시노리조트는 2001년 야마나시(山梨) 현 호쿠토(北杜) 시에 있는 '리조나레'를 인수했다.
리조나레는 건설비만 250억 엔이 투입된 호화 리조트였지만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온천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路·48) 호시노리조트 사장은 리조나레를 인수한 지 3년 만에 흑자 리조트로 탈바꿈시켰다.
비결은 철저한 고객수요 조사와 만족도 조사에 있었다.
호시노 사장은 고객수요 조사를 통해 일본에도 온천에 연연하지 않는 고객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2세 미만 어린이와 그 부모가 그들이었다.
일단 목표고객이 정해지자 호시노 사장은 경영자원을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쏟아 부었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종업원들의 나태한 서비스 의식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자극제였다.
당시 호시노 사장에게서 특명을 받고 리조나레 총지배인으로 부임한 요시카와 총지배인(4년 근무 뒤 호시노야 가루이자와로 복귀)의 회고.
"부임해 보니 서비스가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원이 '우리 리조트는 고객만족도가 높다'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했다. 구체적인 고객만족도 수치를 내민 뒤에야 사원들이 문제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호시노리조트는 900억 엔의 부채를 안고 도산한 스키리조트 아르쓰반다이를 2003년 인수해 역시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 허름한 사무실… 사장 집무실 따로 없어
4대째 가업을 이어온 호시노 사장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도쿄(東京)역 근처의 도쿄사무소를 찾은 14일 '혹시 회사를 잘못 찾아온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몇 번이나 뇌리를 스쳤다.
택시에서 내려 10분 이상 헤맨 끝에 가까스로 찾아낸 도쿄사무소는 예상 밖으로 낡고 허름한 건물에 세 들어 있었다. 사무실 내부는 넓이로 보나 집기로 보나 대학 동아리 방을 연상시켰다.
근처 커피숍에서 홍보담당자에게 30분 정도 기본 브리핑을 들은 뒤 사무실로 돌아오니 호시노 사장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국토교통성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막 돌아왔다는 그는 평상복 차림에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리조트 사장이 정장을 입고 다니면 모처럼 쉬러 온 손님들의 흥이 깨지기 때문"에 항상 이런 차림이라는 설명이었다.
종업원 1600여 명(위탁시설 포함)을 지휘하는 사장이지만 그에게는 개인 사무실도 없다. 배낭에 애플의 신형 노트북 '맥북에어' 1대만 달랑 넣고 전국을 떠돈다.
사장이 불안한 '떠돌이 생활'을 해도 15개 료칸과 리조트가 돌아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호시노리조트는 '유닛 디렉터(Unit Director)'라는 중간관리직이 폭 넓은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분산형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유닛 디렉터의 결정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인사에도 간여하지 않는다.
○ "남들이 말하는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
호시노리조트에서는 유닛 디렉터가 되고 싶은 사원이라면 누구나 입후보할 수 있다.
누구를 유닛 디렉터로 할지는 현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사원들이 평가해 결정한다. 이런 제도 덕에 입사 3년 만에 유닛 디렉터로 승진한 이도 있다.
1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날 무렵 호시노 사장에게 리조트 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던 1990년대에도 호시노리조트의 매출액과 순이익이 줄곧 상승곡선을 그린 이유를 물었다.
"우선 불황인 탓에 경쟁자가 없었고 취직난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쉽게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금리가 낮아서 투자하기가 쉬웠고 물가가 떨어져 싼 값에 시설공사를 할 수 있었죠."
그는 "남들이 모두 고전(苦戰)할 때 성장한 덕분에 유명해지는 홍보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며 "나에게는 불황이 최대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출처:동아일보
'◆현장스케치 > 일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100년 기업을 가다-백미러로 세계제패 무라카미카이메이도 (0) | 2008.07.29 |
---|---|
일본 100년 기업을 가다-금박제조업체 가타니산업 (0) | 2008.07.29 |
일본 100년 기업을 가다-데이코쿠데이터뱅크 (0) | 2008.07.29 |
피카츄~100만 볼트 (0) | 2008.07.18 |
만인의 친구~도라에몽 (0) | 2008.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