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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관리/직장생활팁

사람좋고 과묵한 부처같은 선배가 가장 무서운 사람

김상엽 강사(김쌤) 2007. 8. 8. 23:11

<김대리의 직딩일기>[AM7]사람좋고 과묵한 부처같은 선배, 약해보이지만 가장 무서운 사람

8월1일[문화일보]

선배 C 대리는 조용하다. 하루종일 같이 있지만 한마디도 못들을 때가 많다. 물론 그도 사무실에서 업무상 전화를 자주 하지만 워낙 조용한 목소리라 옆 사람들의 목소리에 파묻힐 때가 많다.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농담을 즐기지도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지만 짜증을 부리는 일도 없다.팀 내에서 고참이지만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는 적 없고, 윗선에서 내려오는 ‘지령’들을 저 혼자 살겠다고 후배들에게 닥달하며 쪼으지도 않는다. 적당히 거를 것은 미리 거르고, 자신이 밟아왔던 힘든 길을 꾸역꾸역 넘어오고 있는 후배들을 사람좋은 웃음으로 연민한다. 이렇게 말 많고, 제 얘기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로 득시글한 조직에서 말이 없고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란 참 힘든 일이다.

그런 모습들이 상사들에게는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조용한 성격은 소심한 성격이라 왜곡되고, 상사를 대신해서 후배들을 닥달하지 않는 모습을 리더쉽이 없다고 폄하하며,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으며 엄살떨지 않는 과묵함은 내성적인 성격이라 비하된다. 상사들은 고참직원이 자신들의 ‘입’이 되어 후배들을 몰아붙이는 악역을 맡길 바라며, 자신들은 뒤로 빠지고 싶어한다. 악역’을 맡는 일은 추후 관리자가 되기 위한 예비단계라 생각하라 하지만, 그건 남에게 악역을 맡긴채 자신은 뒤로 빠지고 싶어하는 상사들의 이기적이고 편의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C 선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마디로 그는 사기업이 원하는 인간형이 아닌 것이다. 표독하거나 악덕하지 않고, 사람좋은 웃음과 과묵함만으로는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없고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형 조직문화의 희생양인 것이다. 위에서 그렇게 싫은 소리 들으면 자신도 스트레스가 쌓여서 후배들에게 분풀이를 할만도 한데, 그는 여전히, 조용히 웃으면서 후배들의 하소연을 듣는 데에 여념이 없다.

회사안에서 내가 하고 듣는 말 중에 진심인 것이 몇 마디나 될까. 남의 성공은 폄하하고,그저 자기의 아픔만을 생각하고, 뒷담화를 즐기고 엄살에 익숙한 우리들의 입. 그런 입으로 늘, 우리는 동료라고 말하고 살고. C 대리는 항상 그 사람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것 같다.(나는 C 선배를 부처님이라 부른다) 지금 C 대리를 타박하는 저 이기적이고 관료적인 상사들은, 나이 들어 회사를 그만 두었을 때 C 대리를 만나면 떳떳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말이 많은 사람은 당장엔 강해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장 우스운 사람이다. 회사에서 말이 없는 사람은 당장은 약해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나는 회사에서 C 선배가 제일 무섭다. 그의 침묵에는 위엄이 있고, 예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