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하청 안주땐 도태” 10년앞 보고 기술개발… 해외매출이 75% 차지
1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모텍 서울사무소에서 김병규 대표가 3000만불 수출탑과 5000만불 수출탑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칩배리스터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1년 전인 1990년 옛 소련의 모스크바. 정식 수교에 앞서 한국과 소련의 과학기술부 장관과 양국 기업 대표들이 만나 회담을 열었다. 낯선 공산권 국가에 첫발을 내디뎠던 정부 협상단에는 이제 막 30대 중반에 들어선 젊은 청년이 한 명 있었다.
이로부터 4년 뒤인 1994년 전자 부품업체 아모텍을 창업한 김병규 대표(55)다. 그는 당시 중소기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서울대에서 금속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따고 중소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상공부 민간 전문위원으로 발탁됐다.
그는 소련을 한 번 시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정부 사절단으로 소련 고위층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이점을 살려 현지 기업인들을 최대한 많이 소개받았다. 기초과학이 강했던 소련의 산업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도 구했다.
그때 눈여겨봤던 첨단 모터기술은 아모텍이 2005년 ‘스마트 모터’ 개발에 새로 도전할 때 큰 힘이 됐다.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러시아의 기술자들을 끌어모아 연구개발(R&D)에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중소기업을 키우려면 전 세계를 누비며 공부하고 5년 10년 뒤의 먹을거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 5년 앞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손 삼성전자 벤츠 BMW GM 포드….
세계적인 휴대전화 메이커부터 고급 완성차업체까지 총망라된 이 기업들은 국내 전자 부품업체 아모텍이 거래하는 주요 고객들이다. 1994년 창업해 칩배리스터(전자기기의 정전기를 방지하는 부품) 부문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모텍은 해외 매출 비중이 75%에 달한다. 이제는 주 종목이 아닌 ‘스마트 모터’ 분야에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해 기존 휴대전화 제조사는 물론이고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까지 끌어들였다. 친환경 고효율의 스마트 모터는 전기자동차에 필수다.
확신이 서자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1994년 회사를 세우고 칩배리스터 개발에 들어갔다. 5년의 연구개발 끝에 휴대전화가 국내에서 막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1999년 본격적인 제품 마케팅에 나섰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정전기로 완성품에 불량이 생기기 시작하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잇달아 칩배리스터를 사들였다.
○ 성공한 품목에 안주하지 않아
승승장구하던 아모텍은 2004년 말 칩배리스터 최대 수요처였던 국내 대기업들의 단가 인하로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손 등을 모두 꺾고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 휴대전화 제조사로 올라서면서 공급 물량을 크게 늘려 제품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등 전 세계 경쟁사들이 칩배리스터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한때 개당 150원이 나가던 납품단가는 2원까지 폭락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아모텍은 모토로라, 소니에릭손, 화웨이 등 전 세계 휴대전화 제조사로 납품처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갔다. 삼성전자에 가장 많은 칩배리스터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칩배리스터보다 단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칩배리스터의 가능성을 예견한 1990년대 초반처럼 김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장에 주목했다. 200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회에서 노키아 부스에 전시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우연히 접한 것이 계기였다.
이에 아모텍은 그해부터 NFC 부품 개발에 들어가 최근 본격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한 중소기업들이 재미를 본 품목만 계속 붙들고 있으면 언젠가 단가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정보 > 알짜 강소기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전자 상생 1차 협력업체 (0) | 2011.04.29 |
---|---|
지문인식 세계적 기술 '★슈프리마' (0) | 2011.04.18 |
부산토종 유통기업 서원유통 '탑마트' 매출1조 달성 (0) | 2011.04.03 |
주문 몰려 24시간 풀가동 '유니락' (0) | 2011.02.20 |
종업원 17명에 지식재산권 출원 20건 '무궁화스티커인쇄' (0) | 2011.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