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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보/알짜 강소기업

주문 몰려 24시간 풀가동 '유니락'

김상엽 강사(김쌤) 2011. 2. 20. 21:38

유명호 유니락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첨단 피팅 및 밸브 제품의 기술개발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남동공단(인천)=신경훈 기자 nhkcerpeter@hankyung.com


남동공단 내 유니락에 들어서면 공장 안이 호텔처럼 깨끗하다. 튜브 피팅류와 밸브류를 만드는 이 회사의 공장 입구에는 포스코와 일본 업체로부터 수입한 스테인리스 환봉과 육각봉 등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이들 스테인리스 봉은 절단된 뒤 인근 협력업체에 보내져 단조 작업(높은 온도로 가열한 뒤 두드려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쳐 L자나 T자형 튜브 피팅 및 밸브 원재료로 가공돼 다시 회사로 반입된다. 이 단조품을 CNC머신에 집어넣고 컴퓨터로 제어하면 가운데 구멍이 뚫리고 양쪽 끝에 나사산이 만들어진다.

투박한 단조제품이 매끈한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두루마기 한복차림의 시골 양반이 말끔한 양복의 신사로 탈바꿈한 듯하다. 이들 튜브 피팅류는 가스나 석유 물 등이 지나가는 배관의 이음새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관과 관을 연결한다. 밸브는 기체나 액체의 이송을 막거나 여는 역할을 한다.

이 회사가 만드는 튜브 피팅과 밸브는 주로 두 가지 산업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하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이고 또 하나는 에너지 관련 분야다. 에너지 분야에는 석유 가스 석유화학플랜트 등이 포함된다.

튜브 피팅이 정밀하게 가공돼야 관 속을 흐르는 액체나 기체가 새지 않는다. 게다가 이 튜브 자체에 작은 불순물이 있어서도 안된다. 반도체 가공 공정에 사용되는 가스에 미세한 불순물이 있으면 웨이퍼에 불량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공장이나 화학플랜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회사의 튜브 피팅류와 밸브는 30~50미크론 단위의 공차를 지녔을 정도로 정밀 가공된다. 최종 작업공정은 클린룸 속에서 이뤄진다. 먼지 하나라도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유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어려움을 겪은 우리 회사의 매출은 2009년 150억원 선에 머물렀으나 2010년에는 21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목표는 350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4개월치 작업물량이 몰려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일요일 오전 9시까지 주6일 동안 밤낮없이 공장을 돌린다"고 설명했다. 작년 가을엔 인근에 제2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조만간 이들 공장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부지 1만6000㎡,건평 1만㎡ 규모의 공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유 대표는 덧붙였다.

수출국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대만 등 약 40개국에 이른다. 특히 요즘에는 중동에서의 주문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최근 수주한 500만달러 규모의 주문도 주로 중동지역에서 받은 것이다. 이 회사가 어려움을 딛고 이렇게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글로벌 금융위기 때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교육 훈련과 기술개발을 통해 경기회복에 대비했다. 그 당시 세계 각지의 바이어들이 언제 경기가 회복될지 몰라 발주를 급격히 줄였지만 이 회사는 어려울 때 오히려 투자를 늘려 다가올 호황에 대비했다.

둘째,1984년 창업 이후 4반세기 동안 축적한 기술 노하우다. 자체 기술개발은 물론 일본 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아울러 10여개에 이르는 핵심 협력업체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일관성 있는 품질관리와 함께 신속한 대응체제를 갖췄다. 언제 어느 국가 업체로부터 주문이 들어와도 재빨리 주문에 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셋째,중동 등 주요 플랜트 공사에 한국의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간접 납품하는 방식 대신 직접 납품업체로 등록해 수주활동에 나섰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회사는 중동 지역에 납품해 '유니락(Uni-Lok)'이라는 브랜드의 지명도를 높여 왔고 초창기 일부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애프터서비스에 적극 나서면서 신뢰를 쌓아왔다. 각종 품질규격을 미리 획득해 거래처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이런 준비를 바탕으로 세계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에너지와 반도체 분야의 신증설이 늘어나면서 이 회사로 주문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26년간 사용하던 '유니온금속공업'이라는 이름 대신 올초 사명을 '유니락'으로 바꿨다. 브랜드와 회사명을 통일시킨 것이다. 유 대표는 "그동안 회사명은 유니온금속공업이고 브랜드는 유니락으로 쓰다보니 바이어들이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다"며 "사명 변경을 통해 이미지 통일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자인 유 대표는 튜브 피팅류와 밸브류 생산의 외길을 걸으면서 글로벌화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그는 어차피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며 품질관리와 생산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유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연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수출 비중이 60%로 커질 것"이라며 "올해 수출액은 약 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지에서 대형 석유화학플랜트를 비롯한 메가 프로젝트가 생겨나고 있다"며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수주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지역에선 1000개가 넘는 각종 공사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황금시장인 셈이다. 그래서 연내 중동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유 대표의 꿈은 튜브 피팅과 밸브류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챔피언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눈 팔지 않고 기술개발과 품질 개선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이라는 3박자를 맞춰가고 있다. 그 바탕에는 '품질 만큼은 타협이 없다'는 최고 품질에 대한 고집이 깔려 있다. 이런 고집은 그의 개인사와도 관련이 깊다. 그는 어려운 집안 환경 탓에 남들이 공부에 매진할 나이인 고등학생 시절 낮에는 서울 동숭동 서울대에서 사환으로 일하며 밤에 광화문 부근의 상고를 다녔다. 빈틈없는 '주경야독 인생'이 그의 경영관에 배어있다.

유니락이 있는 남동공단을 비롯한 인천지역에는 1300여개의 벤처기업이 있다. 유 대표는 작년 3월 인천벤처기업협회장도 맡아 이 지역 벤처기업들의 애로사항 파악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더불어 발전하자는 게 그의 목표다.  출처 : 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