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 ‘KT에서 뽑지 않으면 갈 데 없는 사람이구나’ 싶더라.” KT 신입사원 이성우(27)씨는 며칠 전 기분 좋은 얘기를 들었다. 입사 당시 면접관이었던 회사 선배를 복도에서 마주쳤다. 그 선배는 “경험 많은 다른 지원자보다 KT 한 곳만 바라봤던 네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입사 전 이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난해 7월. 이씨는 KT 동부네트워크센터 인턴 사원이었다. 첫 출근 날 부장은 “어영부영하다 보면 인턴 기간이 금방 지나간다”며 “회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한 가지를 해보라”고 충고했다. 이씨는 그의 말을 따랐다. 오전에는 교육을 받았고 오후에는 업무일지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일일이 컴퓨터 키보드를 눌러 작성해야 했던 일지를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하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6주 동안의 인턴을 마치고 나서도 시간이 모자라 3일 더 출근했다. 완성한 프로그램에는 ‘인턴사원 이성우’라는 이름을 적어 넣었다. 부장은 “수고했다. 회사에 입사해 다시 얼굴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 2월. KT에 입사해 연수를 마친 그는 다시 동부네트워크센터로 배치받았다. 컴퓨터에 앉아 업무일지 프로그램을 열어봤다. 이 센터는 이씨가 인턴 때 만든 프로그램을 쓰고 있었다. 그는 이름을 고쳐 넣었다. ‘09사번 이성우’라고.
# 오로지 KT
이씨는 대학 시절 KT만 바라보고 달렸다. 평소 관심 있었던 네트워크 업계의 ‘맏형’이라고 믿은 때문이다. 한양대 컴퓨터교육학과에 다니는 동안 딴 컴퓨터 관련 자격증만 8개. 군 시절에는 통신병으로 지냈다. 제대 후 관련 경험을 더 쌓고 싶어 범한네트웍스라는 KT 협력업체에 입사해 1년 동안 네트워크 장애를 처리했다.
“처음 입사할 때 범한 사장님이 반대하시더라고요. ‘길어봐야 한 달이면 그만둘 텐데 굳이 입사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셨죠. 하지만 ‘군대에서도 해봤다. 몇 달만이라도 일을 시켜보고 판단해 달라’고 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장애를 처리할 때마다 보고서를 작성해 사장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그는 “장애를 처리하기 위해 자동차를 끌고 돌아다닌 거리를 세보니 하루 평균 150㎞였다”며 “결국 사장님이 ‘생각보다 잘한다’며 인정해 주셨다”고 술회했다. 그는 성과를 인정받아 6개월 만에 주임으로 승진했다. KT에 파견돼 근무할 기회도 잡게 됐다. 그는 “KT 입사에 한 발 다가선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협력업체 일을 마친 뒤 KT 인턴에 도전했다. 인턴 기간 중 회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인턴으로 뽑혔다. 면접장에서 한 임원은 그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이씨는 “인턴으로 일하던 중 업무에 불편한 프로그램이 있어 새로 개발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임원은 “우리 회사는 바로 그런 인재를 원한다”며 “나중에 입사하면 그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장 경험은 KT가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이씨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협력업체 근무 경험을 최대한 살렸다. 예를 들어 소제목을 달 때 ‘내가 겪은 KT’라고 쓰는 식이다. 인사담당 김용근 차장은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등 오직 KT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대표 신입사원’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취업 준비생이 착각하는 게 공모전에서 수상하거나 인턴을 하면 취업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지원자는 꽤 되는 만큼 차라리 KT와 관련된 현장 경험을 쌓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올레 KT
KT는 ‘올레(Olleh)’를 회사 슬로건으로 쓴다. ‘헬로(Hello)’를 거꾸로 쓴 말이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통신시장에서 앞서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올 1월 이석채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강조하는 덕목이다. 이씨는 “회사 입사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창의적으로 행동하라’였다”고 소개했다.
그가 동부네트워크센터로 배치받아 하는 일은 네트워크 시스템 관리. 그는 여기서 창의성을 발휘해 보고 싶었다. “각 지역 네트워크 장비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감시 모니터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동안 컴퓨터에서 다른 업무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멀티 태스킹(여러 업무를 동시에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해 직원 게시판에 올렸죠.”
한 임원이 게시판의 글을 보고 직접 그가 일하는 곳을 찾아왔다. 임원은 “좋은 프로그램이다. 회사 전체에서 같이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가 만든 프로그램은 전국 서비스센터로 퍼져 활용되고 있다. 김용근 차장은 “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언제나 환영한다”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도 창의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귀띔했다.
KT는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 때 ‘창의성’ 평가를 실시한다. 난센스 방식의 독특한 문제를 내고, 그에 대해 답변을 본다. 김 차장은 “취업 준비 ‘꾼’의 천편일률적인 답변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며 “다소 엉뚱하더라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게 좋은 평가를 받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남과 다른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 차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도 이씨를 대표 신입사원으로 추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경험은 지워지지만 경력은 남는다”며 “시간을 때우려고만 한다면 그저 ‘경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붙잡고 한 발짝 더 나아가려고 하면 ‘경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자기소개서엔 … 협력업체 입사 후 제 담당 업무는 네트워크 장비회사를 대표해 경남지역 KT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경험 없이 취업한 터라 실제 업무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납품 장비를 본 적도 없는 제게 주어진 명함은 ‘네트워크 장비회사 대리 이성우’. 네트워크 기술자를 목표로 하던 저는 움츠러드는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실제 장애 사례를 겪으면서 배우는 게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크고 작은 네트워크 장애 신고를 받아 돌아다니며 리포트를 썼습니다. 그리고 본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결국 KT 담당자로부터 “역시 장비회사 사람이라 다르다”는 평을 듣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
◆대표 루키
본지는 10대 그룹과 업종별 10개 기업에 대표 신입사원을 뽑아달라고 의뢰했다. 기업은 자체 논의를 거쳐 대표자를 추천했다. 인사담당자들은 “공채에서 가장 뽑고 싶은 유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KT 입사 어떻게
지역별 선발 … 연고자에 가산점
채용 직무 관련 경력은 우대
올해부터 창의성 평가 시험도
2002년 민영화된 KT는 일반전화 외에도 초고속인터넷·무선랜·이동통신·와이브로·인터넷TV(IPTV)·위성통신 시장에 진출해 있다. 올 6월에는 정보기술(IT) 융합을 위한 통합 법인을 출범시켰다.
KT의 비전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의 ‘고객 혁신’이다.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찾는다. 고객 지향적 사고와 창의력, 실행력을 갖춘 열정, 신뢰가 덕목이다. KT는 서류전형에서 대외활동 경력이나 봉사 활동, 수상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취업 준비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이력을 쌓는 게 좋다. 다음은 인사 담당자와의 일문일답.
-전형과정은.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종합적성검사를 치른다. 이어 1차 실무진 면접과 2차 창의성 평가, 3차 임원 면접과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서류전형에서는 전공·학점·외국어성적·자격증·인턴·봉사활동·수상경력·자기소개서 등을 평가한다. 지원 동기, 성격의 장단점, 입사 후 포부 등 자기소개서 항목이 많은데 경험 위주로 적는 게 좋다. 출신대학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채용직무 관련 학회 등 대외 활동 경력과 관련 자격증 보유자는 우대한다.”
-지역 연고자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들었다.
“KT는 지역별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지역 소재 고교·대학 출신자는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을 준다.”
-종합적성검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적응성·인성을 평가하고 입사 후 경력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실시한다.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인성 중심의 심리검사다. 자기관리 능력 및 환경적응 능력, 감정 관리 및 대인관계 능력, 스트레스 관리능력을 측정한다.”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나.
“실무진 면접은 직무역량평가(30분)·프레젠테이션(20분)·그룹토의(50분) 등으로 구성된다. 해당 직무 실무진 3명이 평가한다. 프레젠테이션 면접 주제를 사전에 공지하기 때문에 자료를 미리 준비해 발표할 수 있다. 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기획력을 본다. 그룹 토의는 5~6명의 응시자가 직무 관련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이다. 이어 새로운 인재 채용 과정인 ‘창의성’ 평가를 거친다. 마지막 평가는 3차 임원 면접이다. 응시자의 인성·태도·가치관을 평가한다. 3~4명의 임원이 4~5명의 응시자를 50분 동안 면접한다.”
-올해 도입한 창의성 평가는 뭔가.
“이석채 회장 취임 후 창의적 인재를 주요 인재 채용 기준으로 삼고 있다. 창의성 평가는 필기시험과 그룹 활동으로 구성된다. 필기시험은 10문항을 5분 내에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백인과 백인이 결혼했다. 그런데 흑인이 나왔다. 왜 그랬을까?(유전학적 돌연변이나 교차 제외)’란 질문이 주어진다. ‘이백인과 정백인이란 이름을 가진 흑인 둘이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식의 예상치 못한 답변을 요구하는 시험이다. 그룹 활동은 1·2부로 나눠 진행한다. 9명 또는 12명이 한 그룹이 돼 15분 동안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듬는 과정을 평가한다.”
자료:인크루트(www.incru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