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하영주(24·여)씨는 교환학생으로 중국 베이징외국어대에 가 있었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TV 주변이 소란스러워졌어요. 궁금해 가봤더니 쓰촨성에 지진이 났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망·실종자만 약 7만여 명. 수업 중에도 묵념이 계속됐고, 신문 지면이 모두 흑백으로 바뀌는 등 중국 전체가 애도 분위기였다. 대학 곳곳에서 구호를 위한 모금활동이 시작됐다. 하씨도 수업에서 만난 독일·이탈리아·스웨덴 친구 5명과 함께 모금에 나섰다. ‘쓰촨성 피해자를 도웁시다. 외국인도 중국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교정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시선은 싸늘했다. “다른 중국인 친구들이 모금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유독 저희 쪽만 호응이 없었습니다. ‘용돈으로 쓰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시비를 거는 학생도 있었어요.” 하지만 하씨 일행은 일일이 좋은 뜻을 설명하며 모금활동을 계속했다. 그는 “3일 동안 같은 곳에 서서 도움을 부탁했더니 중국 학생들도 뜻을 이해해줬다”며 “비록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학교에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리’와 ‘글로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중시하는 두 가지 가치다. 금호석유화학 신입사원 하씨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룹 인사담당 변성욱 과장은 “중국어를 배우러 베이징으로 떠났다는 점(글로벌)과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는 점(윤리)을 높이 평가해 ‘대표 신입사원’으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 윤리적인 인재 찾는다
‘아름다운 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식 슬로건이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팀·동호회별로 중증 장애아동 시설이나 시각장애인 보호시설, 미혼모 사회복지관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돕고 있다.
하씨도 지난 10월 미혼모 사회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분유·기저귀 등 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물건을 모아 위탁모(입양 전까지 아기를 맡아 기르는 사람)에게 택배로 부치는 일이었다. 하씨는 “분기별로 팀 전체가 하루 동안 봉사활동에 참가한다”며 “그룹 차원에서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헌혈도 종종 한다. 하씨도 올 하반기 두 번 헌혈을 했다. 금호그룹 사원은 의무적으로 연 1회 헌혈을 해야 한다. 변 과장은 “윤리·사회공헌을 강조하는 만큼 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입사 전형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자기소개서 항목 중 하나가 ‘개인적인 어려움·희생을 각오하고 윤리적·도덕적으로 행동했던 경험을 서술하라’. 하씨는 대학 1학년 때 저소득층 학생에게 방과후 수업을 했던 경험을 적었다. 하씨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면 외톨이가 되는 학생을 소개받아 보조교사로서 말동무를 해줬다”며 “약속한 봉사기간이 끝난 후에도 자청해서 몇 번 더 나갔다”고 말했다.
최종 면접장에서도 봉사활동 관련 질문을 받았다. 한 임원은 남을 도왔던 경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중국에서 쓰촨성 지진 피해자를 위해 모금활동을 했던 경험을 예로 들어 답했다. 변 과장은 “쉽게 해볼 수 없는 봉사 경험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됐다”고 말했다.
#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에서 인턴
또 다른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경영학과 중어중문학을 복수전공한 하씨는 졸업 때까지 꾸준히 중국어를 공부했다. 학교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부족해 2005년 말부터 졸업(올해 8월) 때까지 중국어 학원에 다녔다. 하씨는 “학기 중에는 주 3일반, 방학 때는 매일반을 신청해 다녔다”며 “취업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때는 새벽반에 등록해 중국어를 배울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소개했다.
2007년 9월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다. 중국에서 교환학생·배낭여행·인턴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서였다. 특히 2008년 여름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어떻게든 거기서 인턴 경험을 쌓겠다는 각오였다.
도착해서는 중국어 공부에 충실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 때는 쓰촨성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4월에는 한어수평고시(HSK) 9급도 땄다. 남은 건 출발할 때 꿈꿨던 올림픽 인턴 경험. 그는 인턴 모집 정보를 얻기 위해 주중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를 찾았다. 하씨는 “중국 유학생을 인턴으로 뽑는다기에 무작정 전화해서 교환학생이지만 일하고 싶다고 했다”며 “결국 대사관·영사관에서 석 달 동안 인턴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그는 한국과 관련한 중국 언론의 기사를 스크랩하고 번역했다. 중국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지 유학생·교포에게 ‘테러가 있을 수 있으니 올림픽 기간 동안 외출을 삼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하씨는 “한국인들이 베이징 올림픽을 즐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고 술회했다. 결국 그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뒤 지난해 9월 귀국했다.
하씨는 “면접장에서 받은 질문 대부분은 교환학생 시절 경험과 관련한 내용이었다”며 “회사가 중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변 과장은 “중국에 적극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공부해 두면 좋다”며 “베이징 올림픽 현장에서 인턴 경험을 했다는 점이 윤씨의 최고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올 7월 그는 금호석유화학 신입사원이 됐다. 해외영업팀에서 그는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이집트·베트남 등 해외 가공회사에 판매하는 일을 한다. 영문 e-메일로 해외 고객과 연락해 계약조건을 조율한다. 이달 초 일주일 동안 브라질로 첫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하씨. 그는 기회가 되면 중국 법인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자기소개서엔 … 길 위에서 시작된 도전이 지금의 ‘아름다운 기업’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금호아시아나는 적극적인 신념을 지향하는 저의 이상향입니다. 베이징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습니다. 한 달간의 국경절 연휴 동안 저는 위험하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만원을 가지고 홀로 중국 배낭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여행한 곳은 쓰촨성의 작은 도시였습니다.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외진 곳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길을 헤매다 소수민족 집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끈기와 집념으로 한 달간의 여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불가능은 없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으로 금호석유화학에 지원했습니다. |
☞대표 루키
본지는 10대 그룹과 업종별 10개 기업에 대표 신입사원을 뽑아달라고 의뢰했다. 기업은 자체 논의를 거쳐 대표자를 추천했다. 인사담당자들은 “공채에서 가장 뽑고 싶은 유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사 어떻게
서류전형서 전공지식·봉사활동 평가 … 1차면접 때 한자 시험 치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금호산업·금호석유화학·대우건설·대한통운 등 48개 계열사, 약 4만7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매년 상반기(3~4월), 하반기(9~10월)로 나눠 공채를 실시한다. 각각 7월 1일, 1월 1일에 입사한다. 채용 기간에 그룹 홈페이지에 공고를 띄운다.
금호아시아나의 인재상은 ‘집념의 세계인’이다. 끈기와 지혜로 세계에 도전하는 인재를 가리킨다. 또 직업 윤리를 갖춘 사람이다. 맡은 직무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갖춘 프로페셔널이자 ‘업계 최고 기업가치 창출’이란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사람이다.
인턴 근무자는 성적 우수자에 한해 공채 지원 시 가산점을 준다. 서류전형에서 교외 경험과 사회봉사 활동도 평가한다. 따라서 학업에 충실하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다음은 인사담당자와의 일문일답.
-신입사원 응시자격은.
“국내외 4년제 대학 졸업자·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공인 외국어 성적은 2년 내 취득한 토익·토셀·JPT·HSK·BCT만 인정한다. 그중 토익 성적은 필수다.”
- 어떤 사람을 선호하는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취업을 위한 단순 지식보다 보편 타당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다. 또한 본인이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전형과정은.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인·적성 검사를 치르게 된다. 이어 역량평가인 1차 면접과 한자시험을 거친다. 1차 면접을 통과하면 인성·자질을 평가하는 2차 면접을 치른다. 윤리 의식·전문성·성과 지향성 등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측정하는 심층 면접이다. 이후 건강검진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서류전형 팁을 준다면.
“학생 본분에 충실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지원자가 배운 전공 지식을 평가한다는 말이다. 외국어 능력· 자격증도 추가로 본다. 자기소개서에서는 지원자 본인의 고유 역량, 대외활동 경험, 봉사활동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자시험에 대해 알려 달라.
“한자를 모르는 젊은이가 많다. 금호아시아나는 전통적으로 타사에서 실시하지 않는 한자 시험을 전형 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난이도는 한자능력평가 3급 수준이다. 기본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기 때문에 평소 꾸준히 한자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부담되지 않을 것이다.”
-면접에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나.
“지원한 회사에 대한 정보도 모른 채 면접장에 선 사람이 의외로 많다. 먼저 지원 회사와 직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는 어조로 논리정연하게 드러내면 좋다. 경험을 통한 사례 중심의 설명식으로 답변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료 : 인크루트 www.incru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