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우자동차 부도 당시,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채권단만 바라보며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었다. 부품 협력업체였던 대의테크 채의숭(69) 회장도 119억원을 고스란히 날려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기업과 정반대의 길을 골랐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일류(一流) 엔지니어 11명을 스카우트한 것이다.
"국내외 대기업 중 하나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걸로 예상했습니다. 새 주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요."
채 회장의 예상대로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GM은 이후 국내 협력업체들의 기술력부터 점검하기 시작했고, 연구개발(R&D)과 설계, 생산 등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할 것을 요구했다. 완성차 업체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단순생산만 해 주던 국내 업체들에게 벅찬 주문이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한 대의테크는 달랐다. 이미 22명으로 구성된 신기술개발팀이 구성돼 있었다.
2004년 GM의 핵심 파트너인 세계적인 IP(Instrument Panel·운전석 정면의 계기판과 오디오 등 각종 기계장치가 달려 있는 부분) 전문기업 '인티어'의 엔지니어들이 기술력 점검을 위해 대의테크를 찾아왔다. 시설과 인력 구성 등에서 합격점을 받고 구체적 협상을 시작했다.
'인티어'는 2개 차종의 IP를 공동 개발하는 데, 650만 달러의 기술개발비와 별도의 로열티 350만 달러 등 총 1000만 달러를 요구했다. 협상은 결렬됐다. 대신 채 회장은 자체 신기술개발팀에 직접 IP 설계를 지시했다. 22명의 엔지니어들이 주말을 반납한 채 5개월을 매달려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지켜본 '인티어' 관계자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즉각 협상 조건을 수정했다. 결국 채 회장은 1000만 달러 대신 기술개발료 27억원을 거꾸로 받아냈고 지분 50대50으로 인티어와 공동으로 합작회사 '대의인티어'를 설립했다.
채 회장의 R&D에 대한 집념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가 2005년 세운 R&D전문회사 '선엔지니어링'은 최근 급성장하는 인도 자동차회사 '타타자동차' 상용차 부문의 R&D를 대신해 주고 있고, 호주 자동차회사 '홀덴'에 IP 설계기술을 수출 중이다. 대의테크는 현재 연매출 1000억원에 8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채 회장은 사업을 우연한 계기에 시작했다. 삼성그룹을 거쳐 대우그룹에서 해외사업본부장, 대우 아메리카 사장 등을 지낸 채 회장은 1985년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일찍 퇴직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후배가 운영하던 장난감 회사를 우연히 찾았다가, 회사가 부도가 난 사실을 알았다.
"6개월치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던 직원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덜컥 공장을 떠맡았던 게 지금까지 왔지요. 인수 직후 장난감 회사를 사출 전문기업으로 바꾸고, 이후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로 변신시킨 것도 모두 R&D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채 회장은 "엔지니어에게는 일의 보람과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의 손으로 만든 자동차가 세계를 달릴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는 게 R&D 성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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