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터 멜베 보쉬코리아 사장 |
"한 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120만대에는 예외 없이 보쉬의 기술이 최소 한 가지 이상 들어가 있습니다."
크리스터 멜베 보쉬코리아 사장은 한국에서의 보쉬 역할을 이같이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보쉬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는 것.
보쉬는 자동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 섀시, 가솔린ㆍ디젤시스템, 안전장치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ㆍ기술개발 회사다. 티 나지 않게 완성차 업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셈이다.
P & G 브랜드매니저 겸 마케터로 일하던 그가 왜 보쉬 같은 전형적인 기술 위주 B2B(기업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 기업으로 옮겼는지 궁금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보쉬는 전 세계 7000만대 자동차에 속속들이 박혀서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다"면서 "이것이 바로 기술의 힘이며, 보쉬와 같은 기업이 해야 할 일 아니겠느냐"며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혔다.
그는 고향 스웨덴에서 보쉬에 합류한 후 베네룩스 3국의 영업총괄, 독일 본사 기술담당, 호주지역 사장을 거쳐 현재 보쉬코리아 사장이자 본사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지역과는 첫 인연이다. 그만큼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멜베 사장은 보쉬코리아가 '외국계 기업의 한 지역 지사'치고 대단한 매출(1조9000억원)과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보쉬코리아는 '한 지역의 지사' 차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쉬는 독일 기업이지만 보쉬코리아는 한국 기업"이라면서 "우리는 오로지 한국 고객과 한국 기업만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철저한 로컬라이징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보쉬코리아가 단순히 보쉬의 한국지사가 아니라 현대자동차, 두원그룹 등과 합작해 법인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이 때문에 한국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한국 소비자 위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작년 6월 한국에 온 후 용인 본사 사옥과 기술연구소 증축을 서둘렀다.
멜베 사장은 "지역사회 공헌, 소비자 위주 기술개발과 영업을 위해 용인 사옥과 기술연구소를 증축했다"면서 "기술연구소는 한국에서 한국 소비자에 집중하는 한국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유값이 폭등하고 있지만 멜베 사장은 그래도 디젤이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디젤은 가솔린에 비해 엔진 회전 수가 적어 절대적인 연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쉬가 현대자동차와 함께 개발한 디젤시스템 i30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i30 디젤은 디젤엔진에서 강세를 보이는 폭스바겐(골프 TDI), 푸조(307SW HDi)와 비교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그는 정부가 부과하는 환경부담금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멜베 사장은 "디젤차라고 하면 트럭을 떠올리는 그런 인식을 소비자는 물론 정부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디젤 환경부담금이라는 제도가 나온 것"이라면서 "세계에서 환경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유럽인들도 친환경 대안으로 디젤을 선택하는데 디젤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멜베 사장은…
△1949년 스웨덴 출생 △1972년 스웨덴 룬트대학교 경제ㆍ경영학과 졸업 △1972년 P & G스톡홀름 브랜드매니저 △1978년 AB 벤즈러 이사 △1992년 보쉬 스웨덴 영업사무소 상무 △1995년 베네룩스 3국 보쉬영업총괄 책임자 △1998년 보쉬 독일 본사 ABS 및 브레이크 시스템 사업부 기술영업 수석부사장 △2001년 보쉬 호주 사장 및 이사회 의장 △2007년 한국 보쉬 사장 및 본사 이사회 의장
출처: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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