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교육전문가 김상엽의 티스토리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대기업 인사팀, 대학교 취업팀 근무, 취업특강 15년차 경력 전문성 보유★★★

◆현장스케치/일본여행

일본100년기업을가다-4편(세계최고호텔 호시료칸)

김상엽 강사(김쌤) 2007. 12. 28. 12:23

 

[동아일보]

《신라가 누각이라는 물시계를 처음 만들고 중국에서 양귀비가 태어난 718년, 일본 3대 영산인 하쿠산(白山) 기슭에는 료칸(旅館·일본식 여관)이 한 채 들어섰다. 건립자 다이초(泰澄) 대사는 하쿠산 깊은 곳에서 불도를 닦다가 꿈속에서 부처님을 만났다고 전해진다. “산기슭에서 5, 6리 떨어진 곳에 아와즈(粟津)라는 마을이 있다. 그곳에 영험이 깃든 온천이 있으니 마을 사람들과 함께 파서 중생을 건강하게 하라.” 부처님 계시에 따라 온천을 판 다이초 대사는 그 위에 료칸을 지어 제자 가료(雅亮) 법사에게 그곳을 오래오래 지키도록 명했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나 설화가 아니라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로 기록된 호시(法師)료칸의 어엿한 창업기다.》

○ 인생에 한 번뿐인 만남

이시카와(石川) 현 고마쓰(小松) 시 중심가에서 10km가량 떨어진 아와즈 온천.

마을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10여 개의 료칸은 대부분 특징 없는 현대식 철근콘크리트건물이었다.

오직 호시료칸 정면 건물만이 일본의 전통 목조 양식을 간직하고 있었다. 천장 들보도 재건축이 이뤄진 에도시대(1603∼1867년) 초기 양식 그대로다.

불교색이 가득한 로비에 들어서자 작은 연못과 언덕, 고목이 어우러진 정원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실(茶室)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46대째 가업(家業)을 잇고 있는 호시 젠고로(法師善五郞) 사장은 “가장 인기 있는 방을 뜯어서 만든 공간”이라면서 “투숙객이 오면 가장 먼저 이곳으로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전통 다도(茶道)에 따라 차를 대접하면서 서비스 모토이기도 한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자세를 가다듬는다는 것. 일기일회란 다도에서 생겨난 사자성어로 이 만남이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이라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한다는 뜻.

○ 130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

호시료칸의 객실은 모두 82개로 4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연 매출액도 10억 엔(약 80억 원)으로 ‘기업’으로도 손색없다.

건물에 빙 둘러싸인 정원은 에도시대 초기의 유명 다도가(茶道家)이자 조경가인 고보리 엔슈(小堀遠州)의 지도로 만들어진 호시료칸의 자랑거리다.

400년 된 적송, 바위는 물론 나무줄기까지 타고 올라간 짙은 이끼가 호시료칸이 헤쳐 온 풍상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정원이 ‘400년 역사’라고 하지만 호시료칸 전체로 보면 3분의 1도 채 안 된다.

1300년 세월을 버텨 낸 것은 호시라는 상호, 호시 젠고로라는 경영자의 이름(호시료칸의 경우 사장직과 함께 이름도 세습), 그리고 변함없는 온천수 정도다.

기업경영에서 130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는 호시료칸 주변 료칸의 부침이 충분히 설명해 준다. 1980년대 후반 아와즈 온천에는 20개가 넘는 료칸이 있었으나 불과 지난 20년 동안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다.

○ ‘3무 경영’이 장수비결

일본에서는 기업이 망하는 3대 원인으로 흔히 무다(낭비) 무리(무리) 무라(변덕) 등 ‘3무’를 꼽는다. 3무 제거는 경영 합리화와 동의어로 통한다.

그러나 호시 사장은 “경영이 허락하는 한 3무를 최대한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건축기준법이 강화되면서 행정 당국이 지진과 화재에 약한 목조건물을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교체하라는 행정지도에 적극 나섰을 때의 일.

호시 사장은 행정지도를 수용하면서도 ‘쓸모가 없어진’ 옛것을 하나라도 더 남기는 데 온 힘을 다했다. 또한 ‘돈이 되는’ 객실을 ‘돈이 안 되는’ 다실로 개조하는 등 건물 곳곳에 낭비 요소를 만들어 넣었다.

당시에 낭비로 보였지만 지금 다른 료칸과 호시료칸을 차별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변했다. 반면 당시 합리적 투자로 보였던 현대적 시설은 온천관광 수요가 급감한 이후 큰 짐으로 남아 있다고 호시 사장은 털어놨다.

그는 “3무를 없애는 것이 합리적 기업정신이라면 3무를 소중히 하는 것이 1300년을 이어 내려온 가업정신”이라며 “그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장수 경영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호시 사장은 “경영자가 3무를 즐길 여유가 없으면 고객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