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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일본여행

일본100년기업을가다-2편(물엿 하야시바라)

김상엽 강사(김쌤) 2007. 12. 28. 12:19

 

[동아일보]

《“윙윙윙….” 신칸센 오카야마(岡山)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하야시바라의 아담한 본관 옆. 10년 이상 외벽을 손보지 않은 것 같은 낡은 건물 안에 공룡과 고생물의 화석과 표본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정강이가 사람 키 높이만 한 사우롤로푸스의 뼈, 돌에서 아직 떼어내지 않은 프로토케라톱스의 머리와 몸통,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형체가 또렷하게 남아 있는 어룡(魚龍) 화석 등. 공룡 화석 표본을 갈아대는 요란한 기계음을 배경으로 ‘공룡 발자국 전문가’인 이시가키 시노부(石垣忍) 하야시바라 자연사박물관 부관장은 “우리 회사에는 몽골 연구팀과 공동으로 고비 사막에서 직접 찾아낸 화석도 있다”며 “5명의 고생물 및 지질학 전문가가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공룡 연구하는 물엿회사

옆에 있던 무라시마 간지(村島完治) 하야시바라 이사가 거들었다.

“하야시바라에는 공룡 전문가 외에도 침팬지 권위자, 전통 옻칠 전문가, 일본도(日本刀) 장인, 중국 악기인 금(琴) 연구자 등 특이한 전문지식과 경력을 가진 사원이 즐비합니다.”

15개 계열사를 모두 합하면 연간 매출액이 785억 엔(약 6280억 원)에 이르는 오카야마의 간판기업 하야시바라는 ‘물엿회사’다.

124년 전 설립될 당시부터 전분(澱粉·녹말)을 원료로 사용해 물엿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지금도 주력 상품의 대부분은 전분을 원료로 한 당(糖)이라는 점에서 물엿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장 설비도 수십 년 전 물엿을 만들 때 사용하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회사를 ‘굴뚝기업’으로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효소와 미생물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첨단 바이오 기업이다.

○ 다른 회사가 따라올 제품 아예 손도 안대

먼저 하야시바라의 매출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트레하로스.

일각에서 ‘꿈의 당(糖)’이라고도 불리는 트레하로스는 사막에서 10년 이상 건조시켜도 물만 주면 다시 살아나는 ‘아프리카 수면모기’의 끈질긴 생명력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레하로스는 특수한 기능 덕에 일부 의약품, 식품, 화장품 원료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대량 제조가 어렵다는 게 결정적인 한계였다. 여기에 돌파구를 연 것이 하야시바라였다.

이 회사는 1994년 고구마 전분과 옥수수 전분을 사용해 트레하로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kg당 4만 엔 안팎이던 제조원가를 300엔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트레하로스와 더불어 이 회사의 3대 ‘효자상품’인 풀루란과 말토스도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태다.

다른 회사가 금방 따라 만들 수 있는 제품은 아예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 19세 때부터 회사를 경영해 온 하야시바라 겐(林原健·65) 사장의 지론이다.

○ 소변 마시는 억만장자의 R&D 열정

하야시바라가 남들이 못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비결은 연구개발(R&D)에 대한 남 다른 열정이다.

하야시바라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중추에 해당하는 4개 계열사는 640여 명의 사원 중 3분의 1가량이 R&D 인력이다.

일본에서 R&D에 열심인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의 비율은 평균 6% 안팎으로 알려져 있지만 하야시바라는 10%가 넘는다.

이 회사가 공룡, 침팬지, 일본도 등의 전문가를 끌어 모아 진행하는 연구는 전분이나 효소 등 이 회사 주력 상품의 원료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회사와 사원들의 시야를 넓히고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며, 이러한 유연한 사고의 토대 위에서 진정한 히트상품이 나온다는 게 이 회사의 믿음이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인 하야시바라 사장부터가 R&D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 오줌요법을 개발할 때 솔선해서 한동안 자신의 소변을 마셨을 정도다.

○ 10년, 30년 뒤 팔릴 상품을 만든다

1973년 어느 날 숙취에 시달리던 한 사원이 귀가를 서둘다가 무심결에 시험관을 바닥에 쏟았다. 이 직원이 다음 날 출근해 보니 시험관이 넘어진 자리에 깨끗하면서 얇은 막이 생겨 있었다.

하야시바라는 이 물질(풀루란)을 2년 뒤 약 캡슐용 등으로 상품화했지만 판매 실적은 변변치 않았다.

풀루란이 빛을 본 것은 무려 30년 뒤였다. 광우병 파동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제약 업체들이 캡슐용으로 쓰던 동물성 젤라틴을 풀루란으로 교체하기 시작한 것.

무라시마 이사는 “이처럼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을 할 수 있는 것은 비상장 가족경영체제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