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MD의 연말연시 ‘좋은 물건 찾기’ 발품 현장
《유통의 전 과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품기획자(MD)는 ‘유통의 꽃’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현장을 뛰는 MD들은 “MD는 ‘뭐든 다 한다’의 줄임말”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한다. 기업과 개인의 선물 수요가 몰리는 연말은 유통가의 대목 가운데서도 대목.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MD들도 전국 방방곡곡으로 발품을 판다. 본보 기자가 연말을 앞두고 최고의 제품을 찾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롯데백화점 청과 담당 MD와 의류 담당 MD를 따라가 봤다.》
○ 가락시장에서 새벽을 맞는다
“빨리 매대 불러!”
이달 초 찾은 서울 가락시장. 오전 7시의 이른 시간이지만 시장 안은 경매사의 다급한 외침으로 가득 찼다. 롯데백화점 청과 담당 상품기획자(MD) 연창모 과장의 눈빛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귤부터 경매가 시작됐다.
“새벽 경매에서는 상자당 8000∼1만 원 하는 제품이지만 아침 경매에서는 5000원에 팔릴 겁니다.”
연 과장은 자신하며 이같이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매에 붙여진 귤은 상자 당 5000원에 낙찰됐다. 낙찰된 물건을 실으려고 도매상인들이 과일을 옮길 전동차를 바삐 움직였다.
어떻게 족집게마냥 맞힐 수 있었던 것일까.
“그래도 청과물 MD인데 과일 낙찰가 정도는 알아야죠.”
롯데백화점은 올해 5월 이철우 사장의 ‘현장경영론’ 일환으로 가락시장에 농수축산물 협력센터를 열었다. 신선식품 담당 MD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새벽근무를 해야 하는 고된 업무지만 현장의 생생한 소리와 유통 흐름을 먼저 읽자는 취지에서 자리 잡았다.
연 과장은 “과거 서류로 MD 업무를 처리할 때는 현장을 몰라 도매상인이 제시하는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날 야근을 한 식품팀 주원 씨는 “오전 2시 30분경에 경매가 있기 때문에 통상 오전 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현장 근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1년에 40여 일은 근사한 백화점 매장이 아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느라 소비한다. 소비자에게 최상의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서 MD의 발품은 필수다.
○ MD에겐 주말도 없다
롯데백화점 여성의류 담당 MD 이태호 과장은 윤은혜, 김아중, 공효진 등 스타일 좋기로 소문난 여성 연예인 이름을 줄줄 꿰고 있다. 이 과장은 “명색히 영캐주얼 담당 MD인데 그 정도 트렌드는 파악해야죠”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난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영캐주얼업체인 ab.f.z를 찾았다. “이제 러시아 가서 장사해야지, 요새 겨울은 예년보다 따뜻해서 코트가 안 팔려요”라고 말하는 ab.f.z 김종원 이사의 푸념도 이 과장은 수첩에 받아 적었다.
“요즘 협력업체들이 이상 고온 현상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옷이 안 팔리니 재고 부담은 쌓여만 가니깐요.”
제품을 선별하는 것 외에 협력업체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MD의 역할.
겨울 추위가 한창이지만 MD들의 관심은 내년 봄에 쏠려 있다. 여성복 담당 김지은 MD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패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트렌드 설명회나 패션 콜렉션을 꼼꼼히 챙긴다.
패션이 주요 매출인 백화점 특성상 패션담당 MD의 업무도 그만큼 더해진다. 2, 3년 새 패션 트렌드 주기가 짧아지면서 패션담당 MD들의 현장 발품은 더 많아졌다. 1주일에 2, 3차례 의류업체 창고를 뒤지는 것은 물론 남들이 쉬는 토요일에도 현장을 둘러봐야 한다.
ab.f.z 물류 창고에 들어간 이 과장은 펄이 들어간 연회색 패딩 코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겨울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3000장 넘게 팔렸다는 협력업체 관계자의 말에 백화점 베스트 아이템으로 밀기로 결정했다.
“수 백 벌의 옷이 걸린 창고에서 ‘옥석(玉石)’을 발견할 때 그 기쁨이란 말도 못해요.”
이 과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매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매장에 전시된 제품과 소비자의 반응을 일일이 챙기느라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 과장은 연이은 외근 때문에 못 다한 사내업무를 마치느라 야근도 밥 먹듯 한다.
“1년에도 수십 개의 의류 브랜드가 뜨고 지죠. 그 중에서도 우수한 제품을 선별해 고객의 선택 범위를 넓혀드리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출처: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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