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하게, 꼼꼼하게, 작게 더 작게…’
일본 디자인산업의 ‘축소지향적’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는 곧 소프트산업의 경쟁력을 낳았다.
일본 최대의 디자인전문회사로, 1952년 설립된 GK디자인그룹은 1970년대에 1인용 승용차를 디자인했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지난달 10일 도쿄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의 데즈카 이사오(手塚功·46) 부장은 “일본은 도로가 좁고 주차난도 심하다”면서 “콤팩트하면서도 작은 디자인을 자동차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GK디자인그룹은 설립 이념으로 ‘미(美)의 민주화’를 표방했다. 디자인이 고가제품에만 적용된다는 인식에서 탈피해 생활 속의 기능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GK디자인그룹이 1960년대 초 내놓은 간장병은 주부들의 선풍적 인기를 끌며 일본 어느 가정, 식당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명물이 됐다. 데즈카 부장이 보는 일본 디자인산업의 강점은 뭘까. 그는 “일본인은 일단 몰두하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음지에서 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이 같은 집착과 열정이 디자인과 소프트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고유의 문화가 반영된 국가브랜드를 제품이미지와 동일화하기 위한 ‘신일본운동’이란 진흥정책을 2005년부터 3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13일 찾은 도쿄 아카사카 롯폰기의‘미드타운’. 지난 3월말 완공한 이 건물은 연면적 56만8579㎡(17만2000평)의 초대형 복합건물로, 도쿄에서 가장 높은 54층 규모다. 산토리미술관·그래픽디자인협회·규슈대 미술센터 등이 입주한 곳으로, 도쿄의 디자인 중심타운을 표방하고 있다. 일본 디자인 산업의 영역 확장을 보여준다. 내진설계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고층타운 쪽으로 디자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맹렬한 추격 속에 일본 디자인산업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데즈카 부장은 “삼성이나 LG 등 한국기업들의 디자인 퀄리티가 월등히 높아져 일본 디자인산업의 라이벌로 부상했다”면서 “일본도 성장동력을 점검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이즈카 가즈노리(飯塚 和憲·60) 일본디자인진흥회(JIDPO) 이사장은 “일본 디자인산업의 국제경쟁력은 뛰어나다”면서도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기업들이 디자이너 인재 육성에 보다 많은 돈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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