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늘을 나는 민간 외교 사절단 <항공승무원> | ||
[헤럴드 생생뉴스 2007-05-02 11:11] | ||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의 이향정(37) 팀장은 18년 비행 경력의 베테랑 승무원으로 현재 국제선 팀장을 맡고 있다. 어린 시절 항공승무원이 꿈이었던 그는 인하공전 항공운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입사하면서 그 꿈을 이뤘다. “어렸을 때 친척을 배웅하러 공항에 간 적이 있었어요. 단아한 유니폼을 입고 하늘을 누비는 승무원의 모습을 보고 동경하게 되었죠.” 글_김선경 대학생기자(seongyeong@korea.ac.kr) 사진_이상만 대학생기자(diplina@heraldm.com)
비행 3시간 전, 이 팀장의 주도 아래 그날 있을 비행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회의로 바쁜 업무가 시작된다. 우선 비상시 대처해야 할 행동 절차를 확인하고 필요한 기물들이 정확히 탑재되었는지 수량을 점검한 후 승객을 맞는다.
다음으로 승객의 좌석을 안내하고 짐 정리를 돕고 식사서비스와 음료서비스가 이어진다. 그리고 기내 물품 판매와 영화 관람, 서류작성을 돕는 일 등 비행 내내 쉴틈이 없다. 비행기 안에서는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하다. “장거리 비행시에는 비행기 꼬리 쪽에 있는 ‘벙커’라는 공간에서 잠을 자요. 승객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2~3시간만 교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인 피로도 힘들지만 그보다 시차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시차는 가는 곳마다 다르잖아요. 밤이 됐다 낮이 됐다 하니까 생체리듬이 자꾸 깨지는 거예요. 서울에 도착해도 여기가 서울인지 LA인지 헷갈려요.” 또 기내에서는 응급환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일부 승객이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우거나 갑작스럽게 폐쇄공포증을 호소하는 등 예측 불허의 상황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럴 때마다 해결사가 되어 주는 재치가 필요하다. 특히 의사가 따로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승객 중에 의사나 간호사가 있을 경우에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없는 경우를 대비해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법을 배운다. “비행 중에 아픈 승객들을 많이 만났어요. 식은땀을 흘리고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으면 마사지도 해 드리고 약도 챙겨 드리며 정성껏 도와 드리죠. 환자 분들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고마워하며 내릴 때 힘들게 간호한 보람을 느껴요.” 항공승무원은 힘든 만큼 매력도 많다. 무엇보다 승무원이 묘미는 단연코 ‘즐거움’이다. “손님들의 즐거운 여행길에 동참하게 되잖아요. 예를 들어 병원에서는 아파서 울상을 짓고 괴로워하는 손님들만 오지만 비행기를 타러 오는 승객들은 신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오거든요. 즐거운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또 다른 장점은 해외여행이다. 틈틈이 세계 곳곳을 돌아보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그의 삶에 활력을 준다. “사무직은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잖아요. 정해진 공간에서 틀에 갇힌 생활을 하는데 승무원은 매일 다른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이 팀장은 매일 새로운 생활에 싫증을 느낄 틈이 없다고 한다.
이 팀장은 승무원으로서 안정적인 위치에 오른 후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입사 5년 뒤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건강이 좋지 않아 공부를 마음껏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기에 그는 바쁜 비행 스케줄 속에서도 10년의 주경야독을 했다. 그리고 결국 국내 여승무원 최초로 박사학위(경희대 관광학 박사)를 취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학업과 비행을 병행하다 보니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하면 유니폼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학교로 뛰어가기 일쑤였다. 모든 휴가는 온전히 수업 받는 데 사용했고 비행 스케줄을 피해 시간표를 짜느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꼬박 12시간 강의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들 했지만 누구든지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는 14시간 비행 후에도 피로함을 이겨내고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했고, 그 결과 박사 과정 때는 한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을 수 있었다. 학점관리의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결은 있죠. 정말 열심히 하는 게 비결이에요”라는 단순한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시간이 없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어요. ‘내일 하면 되지’ 하고 미루는 사람은 지금의 상태만 유지하고 발전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오늘이 아니면 내일은 비행이 있어 할 일을 못하기 때문에 그날의 계획은 무조건 실천했어요.” 가끔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힘든 과정을 견뎌냈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 팀장을 본 받고 싶어 하는 많은 후배들 때문에 사내에 공부 열풍이 불었다. “승무원은 가방만 들고 비행기만 타고 내리는 직업이 아닙니다. 패기와 열정만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은 학문적 지식 등이 받쳐줘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요. 승무원이라는 외형적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자기 계발에 힘쓰는 승무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외모 위주로만 평가되고 있는 승무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항공승무원이 되기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하다. 이 팀장은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요인으로 체력과 봉사정신, 대면호감도와 외국어 등의 4가지를 꼽았다. “미스코리아도 면접에서 떨어지곤 해요. 예쁜 얼굴이 아니라 상대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가가 중요하거든요. 얼굴을 항상 편안하게 유지하고 자주 웃으면 대면호감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는 이외에도 즐겁게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승무원은 외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매우 힘든 일이에요. 정말 열심히 할 수 있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시작해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경희대에서 ‘국제화시대의 매너’라는 특강을 하고 있는 이 팀장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하늘에서의 생생한 경험과 공부를 하면서 쌓은 지식을 접목해서 멋진 강의를 해 보고 싶다”며 훗날 강단에 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항공승무원이 되려면>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해외여행객의 증가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항공자유화’ 체결로 노선이 확충되면서 항공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300여 명을 채용한다고 밝혀 항공승무원 지망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대규모 채용을 하기 보다는 수시채용과 소규모 공채 위주로 모집하기 때문에 항공사 취업준비자 들은 각 항공사 홈페이지의 정보를 수시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항공승무원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국내 항공사는 토익 550점 이상, 신장 162cm 이상을 내세우고 있다. 외모보다는 체력을 채용의 우선조건으로 꼽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체력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경우 연령제한 기준이 폐지되어 올해부터는 30대의 늦깎이 지망생도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계 항공사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나이 제한을 두고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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