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은 필수…'평판관리' 신경써야
이전 직장 평판조회·사내추천 채용방식 늘어
최근엔 필기시험·적성검사·심층면접도 실시
자격증·외국어 실력등 변별력 갖추면 유리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은 왕조시대 선비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현대에 들어서도 이와 비슷한 정서가 남아 있었다. 산업화 시대에 직장인들은 한 직장에서만 일하고 퇴직하는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했다. 말하자면 '불사이사(不事二社)'라고나 할까. 그래서 과거에는 20년ㆍ30년 근속을 기념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최근 들어 이러한 직장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한 직장에서 장기근속하는 것이 여전히 미덕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보다 나은 근무환경과 임금ㆍ비전을 보고 직장을 여러 번 옮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층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것에 대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백안시하기 보다는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가 보다'라고 여기는 추세다.
◇경력 채용방식 까다로워져= 직장인들 사이에 이직문화가 보편화되고 이른바 '파랑새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직원 이탈 문제가 기업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자 기업들이 경력 채용방식을 엄격하고 깐깐하게 바꾸고 있다. 과거 경력직은 소규모로 뽑는 경우가 많아 간단한 서류ㆍ면접전형만 진행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류ㆍ면접은 기본이고 필기시험이나 인ㆍ적성검사를 보는가 하면 프레젠테이션면접ㆍ영어면접 등 심층면접을 보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이력서상의 업무경력 외에 인성과 다양한 성향ㆍ자질 등을 함께 평가하겠다는 것. 업무경력만 다를 뿐이지 신입직원을 뽑을 때와 같은 절차나 방식을 적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에 대한 애정은 얼마나 있는지, 오래 다닐 사람인지, 회사의 문화나 인재상에 어울리고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까다롭게 검증한다.
경력사원을 채용하면서 이전 직장에서의 태도ㆍ인성ㆍ자질 등을 알아보기 위해 '평판조회(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실제로 취업ㆍ인사포털 인크루트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57% 가량이 경력 채용시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특징은 기업들이 검증된 인재를 찾기 위해 추천에 의한 채용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 대표적인 예가 내부 직원이 직접 인재를 추천해 채용하는 '사내추천제'다. '종업원 공모제'라고도 하며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채용방식이다. 인크루트가 2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내추천제 실시 현황을 조사했더니 10곳 중 4곳이 사내추천을 통해 인재를 뽑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직 취업전략= 좀 더 나은 대우와 비전을 위해 회사를 옮기려는 직장인이이라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직이 보편화됐다고 해도 직장을 너무 자주 옮기는 사람은 능력과 자질에 대해 의심받기 쉽다.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 시 이직이 너무 잦은 경력자는 걸러내고 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이직횟수와 주기가 경력직 채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직하는 경력자는 채용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직의 주기는 3년 정도가 적정하며 최하 1년은 채우고 이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무 전문성은 경력직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사항이다. 여기에 더해 자격증이나 외국어 실력 등 자신만의 변별력을 갖춰놓으면 유리하다. 다양한 국가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외국어 등 글로벌 능력을 가진 경력자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 관련 자격증도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줄 수 있다.
이직ㆍ전직하려는 회사의 채용절차 등도 미리 파악해둬야 한다. 회사의 사업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이해는 기본. 인ㆍ적성검사에 대비해 지원한 회사의 인재상이나 기업문화를 파악해두고 다양한 형태의 면접방식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 전문가라 해도 언제고 떠날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면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 조직 적응력, 품성 등을 보여주는 게 좋다.
경력직 이력서 작성요령 구체적 경험·역할·성공담 위주 기술해야 |
처음 사회생활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직장을 옮기는 경력자들에게도 이력서 작성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신입일 때와 입장이 많이 달라진데다 채용 트렌드도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력직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할 때 신입과 접근방법부터 달리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입과 경력사원의 서류전형 평가기준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은 학력ㆍ외국어 등 기본 사항의 비중이 높지만 경력직은 모집분야의 경력과 최근 경험이 중시된다.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는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해야 한다. 단순 나열식보다는 대표적인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어려운 프로젝트를 완수한 방법 등 성공담 위주로 쓰는 것이 좋다. 프로젝트가 어떤 조직으로 운영됐는지, 그 안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했는지 솔직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역할로 인한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 올라갔는지 등을 제시하면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지원 분야와 관련된 경력은 자세히 기술하고 무관한 경력은 과감히 삭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포트폴리오를 첨부하는 것도 괜찮다.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장점은 물론 단점을 찾아내기 위해 눈을 부릅뜬다. 때문에 사업제안서나 기획안, 프로젝트 관련 자료 등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해두면 이직시는 물론 경력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행 경험ㆍ경력이 많다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금물이다. 여러 장에 걸친 화려한 이력서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면접관에게 혼란이나 부담을 줄 수 있다. 경력기술서를 따로 만들어 2페이지 분량으로 요약하는 게 가장 좋다. 누가 봐도 뻔한 사실과 기술적인 내용은 배제해야 한다. 거짓이나 과장을 섞게 되면 역효과가 난다. 인사담당자들은 경력직 이력서가 대부분 과대포장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불가능한 업무를 혼자 진행했다고 하면 허풍으로 여겨질 수 있다. 요즘은 경력직 채용 때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를 하기 때문에 거짓ㆍ과장은 금방 들통나기 마련이다. 설사 채용이 됐다 하더라도 직장생활이 편치 않을 것이다. 김기태 커리어 대표는 "이직ㆍ전직을 고려할 때 갑작스레 이력서를 준비하기 보다는 자신의 현재 위치와 상태를 점검하고 경력관리를 하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커리어 www.career.co.kr 출처: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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