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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관리/직업의세계

손해사정사

김상엽 강사(김쌤) 2009. 1. 20. 10:55

1. 바로 몇 주 전에 결론이 난 일이다. 1999년, 50대의 한 보험가입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왼쪽 팔도 거의 마비 상태가 되었다.

 

입원비와 치료비는 보험사로부터 지급됐지만 후유증 등 이후에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무 보상이 없었다. 나중에 이를 요구하자 보험사 측에서는 1,500만원을 제시했고, 사고 피해자 쪽에서는 3,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다 손해사정사가 나서게 되었고, 결국 사고를 정밀조사한 결과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4,600만원을 지급해야 했다.

 

사례 2. 지난해 모 홈쇼핑의 간부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손해사정사를 선임했다. 그중 가장 쟁점이 된 것은 ‘특별 성과급’ 등 수당 부분의 의견차였다. 사실 이 부분은 일반인들도 잘 모르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과급이나 통신비 수당, 차량 운행 지원금 등은 교통사고 시 보험사로부터 모두 보상받을 수 있는 항목이다. 이 문제로 4개월간 보험사와 지루한 공방을 펼친 끝에 결국 보험사가 승복해 손해사정사가 평가한 금액 그대로 피보험자에게 돈이 지급되었다.

 

보험사로부터 응당 당신이 받아야 될 돈이 어디선가 어물쩍 증발해버렸다면 기분이 어떨까? 특히 당신이 법이나 약관에 무관심하다는 사실 때문에 아예 그 돈의 존재도, 행방조차도 모르고 있다면?

 

더구나 그 돈이 수백만, 수천만원, 심지어 억대에 이른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당연히 흥분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낮잠자는 보험금을 찾아주는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용진(52) 중앙자동차보험 손해사정법인 대표는 손해사정사 제도가 도입된 첫해부터 활동한 1세대 손해사정사이자, 지금도 현장을 누비는 22년차 베테랑 현역이다. 그는 주로 교통사고 때 피해자를 대신해서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실질 보상액을 조사하고 결정하는 일을 맡고 있다. 각종 보험 상품과 광고가 봇물을 이루는 요즘, 그는 사고 보상의 사각지대를 철두철미 수색한다.

 

“쉽게 말하면 보험가입자에게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사고로 인한 총 손해액을 확인하고, 그 손해액 중 보험 약관상 피보험자에게 정당하게 지불돼야 할 보험금이 얼마인가를 조사하고 결정하는 일을 합니다.”

손해사정사 자격은 취급 항목상 모두 4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제1종은 화재보험, 책임보험 등을 다루고, 제2종은 해상보험, 제3종은 자동차 사고로 인한 대인·대물·차량 등에 대한 손해사정이 해당된다. 제4종은 상해보험 및 질병, 간병 보험을 취급한다. 이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가장 수요가 많은 것은 3종, 특히 대인 교통사고 손해사정에 관한 것이다. 정 대표의 주 특기도 바로 제3종의 대인 사고 분야다.

 

자동차 사고의 경우, 보험 가입자나 사고 피해자 쪽에서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면 그때부터 본 작업이 진행된다.

 

경찰에 신고된 사고인 경우, 피해 당사자나 보험 가입자의 위임 아래 관할 경찰서로 달려가 사고 관련 기록을 검토하며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도 뗀다. 사고 현장 확인은 필수다. 사고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을 만나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도 면담하고, 주위의 증언도 수집한다.

 

이어 피보험자이자 사고 피해자의 직업과 소득, 직종,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 혹시 병원 검사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른 부위의 외상은 없는지, 예상되는 후유증은 어떤 것이고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등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파악한다. 1주일에 사나흘은 현장조사로 사무실 자리를 비우고, 그나마 사무실을 지키는 날에는 현장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과 문서작업으로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가장 애매한 것은 뇌를 다친 경우다. 뇌를 다쳐 환자가 의식을 잃은 경우 다친 부위에 대한 본인의 설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뇌 이외의 다른 부상 부위에 대해 본의 아니게 놓치는 경우가 많다. 꼭 보험금 때문이 아니라 해도 그런 이유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결국 돌이킬수 없는 상황까지 이를 때 손해사정사는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골절상은 눈에 띄기라도 하지만 인대 파열 경우에는 겉으로 표시나지 않아 놓치기가 쉽습니다. 시신경이 손상된 경우에도 증세 특성상 시일이 지나면서 천천히 시력 상실이 오기 때문에, 뒤늦게 피해자가 그 증세를 호소할 쯤엔 이미 의사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므로 처음부터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

초창기엔 '브로커' 취급 받기도

 

정 대표는 1984년 손해사정사 자격시험제도에 응시해 합격한, 전직 보험사 직원 출신의 손해사정사다.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당시엔 일반인들이 손해사정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의뢰받는 일감조차 가물에 콩 나듯 했다.

 

보다못해 전 직원이 병원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환자들에게 팜플렛을 나누어주며 손해사정제도에 대한 홍보를 벌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박대와 ‘브로커’ 취급이었다. 환자나 병원 관계자들에게 떼밀려 쫓겨나기도 일쑤였다. 누군가 112에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하는 등 씁쓸한 기억들이 많다.

 

“정말 불상사도 많았습니다. 그럴 땐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당해야 되나 참 자존심 상하고 착잡했지요.”

때로는 자신이 도와준 사고 피해자들로부터 ‘뒤통수’를 맞는 일도 심심찮게 있었고, 지금도 이 같은 ‘의뢰인로부터의 배신’이 가끔씩 벌어진다.

 

사고 피해자 쪽에서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려 한다는 소문만 들어가도 상대 보험사 측에서는 부랴부랴 당초 제시했던 보상금 액수를 좀 더 올려주며 가입자를 회유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면 당장 그 돈에 현혹된 피해자가 그대로 합의해 일을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한창 일을 진행하던 손해사정사들만 헛되이 이용당한 셈이다.

 

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기껏 어렵사리 도와주고 나면 갑자기 의뢰인 자신이 안면몰수로 돌변할 때다. 언젠가 근무 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공익근무요원의 문제를 맡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당장 집을 날리고 거리로 나앉을 판이라 너무나 사정이 딱해 보여 급한 생활비라도 쓰라고 주위에서 돈을 빌려 1,300만원을 꿔주었다. 그런데 막상 보험금이 나오자 그는 태도를 바꿨다. 수임료는커녕 빌려준 돈조차 떼먹인 것이다.

 

“솔직히 이런 일들을 하도 많이 당하다보니 사람에 대한 불신도 많이 갖게 됩니다. 그런데 왜 굳이 이 일을 하냐구요? 그래도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요.”

 

다행히 이 같은 손해사정사들의 피해를 막기위해 3년 전부터 관련 규정이 바뀌었다. 일단 의뢰인이 상대 보험사 측에 정식으로 손해사정사 선임 사실을 통보하고 나면 그 시점부터는 ‘손해사정서’없이 도중에 보험사와 의뢰인 간에 임의로 합의를 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점점 해가 바뀌면서 요즘엔 손해사정사에 대한 인식도 제법 높아졌다.

 

관련법 규정상 손해사정사의 공인감정서라 할 수 있는 ‘손해사정서’를 상대 보험사에 접수하면 이에 대해 이의가 없을 경우 해당 보험사에서는 10일 이내에 그 평가액대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손해사정사의 영역은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자연적으로 손해사정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저희가 수임하는 케이스 10건 중 9건은 보험사 측이 제시한 금액보다 보험금을 더 받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만큼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 가입 자체에는 많은 신경을 쓰면서도 정작 사고가 났을 때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보상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일단 보험금 액수가 500만원을 넘으면 차라리 손해사정사 제도를 이용하는 게 유리합니다. ”

 

기업 생리상 보험금을 최소한으로 낮춰 지급하려는 보험사와 이와 반대로 사고 피해자인 의뢰인 편에서 보상액수를 최대한 찾아내려는 손해사정사 간에 피말리는 밀고 당기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 줄다리기는 대략 1개월에서 1개월 반 정도 계속해야 결판이 난다.

 

사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모두 고려 대상이 된다. 사고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과 위자료 성격의 손해액, 그리고 치료비와 치료기간 중 일을 하지 못해서 입게 된 손해, 식사비 등 치료에 드는 부대 비용과 치료 후 후유장애 정도와 예상 기간 등에 대해 총 손해액을 계산하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필수다. 직장과 평소 소득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근로자의 경우엔 직접 공사장이나 공구 도구들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자료로 제시하기도 한다.

 

의사 못지않은 의학지식 지녀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것은 의학적인 지식에 대한 것이다. 애초부터 손해사정사 자격 시험 안에 ‘외상 의학’과목이 포함돼 있다.

 

주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의학적 지식으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꾸준한 공부가 요구된다. 실제로 경력이 오래 쌓이다보면 웬만한 의사 못지않은 의학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부당하게 책정된 보험사의 보험금 액수를 바로 잡자면 그만큼 정확한 증거 자료를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직접 자신의 발로, 머리로 증거들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손해사정사가 있고 없음의 차이는 극명하다. 심하면 보험사 측의 제시액과 손해사정사의 감정 금액이 1억원 넘게 차이가 나는 일도 있다. 87년에 수임받았던, 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된 어느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보험사 측에서 1,800만원을 고집했지만 손해사정이 이뤄진 결과 사고피해자에게 1억1,800만원이 보상액으로 지급되었다.

 

보험사 측에서 호기를 부려 혹을 떼려다가 오히려 혹을 붙이는, 웃지못할 촌극도 가끔 벌어진다. 99년, 사고 피해자 쪽에서는 2,500만원을 요구하고, 보험사에서는 1,900만원을 고집한 케이스가 있었다.

 

그런데 정 대표가 살펴보니 총 손해액이 2,500만원은 족히 될 만한 상황이라 보험사 측에 ‘차라리 일을 복잡하게 하지말고 그냥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주고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이 충고를 거절한 채 보험사 측에서 강력하게 일을 밀고 나갔다. 결국 정 대표 측에서 이 일을 수임받게 되었고, 결과는 역전되었다.

“보험금이 얼마로 지급됐는지 아세요? (웃음) 2,500만원도 아닌 6,500만원을 보험사에서 지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기 무덤을 판 꼴이 된거죠.”

 

5년차 연봉 5,000만원 선, 억대 연봉 수두룩

 

손해사정사의 수입은 사건 의뢰인이 최종적으로 지급받을 보험금을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 %~ %)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손해사정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6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치며, 약 4~5년간은 현장을 다녀야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 5년차 손해사정사의 경우 대략 연봉이 5,000만원 선이며, 경륜과 실력이 쌓이면 수입도 함께 올라간다. 현재에도 억대 연봉을 받는 손해사정사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정 대표의 장성한 딸도 현재 아버지와 같은 길을 준비하고 있다. 딸에게 자격시험 준비를 계속 독려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손해사정사의 장래성을 짐작할 수 있다.

 

“손해사정사는 해가 갈수록 커지는 국내 보험 시장과 수요를 보면 대단히 비전 있는 전문직입니다. 다만 단점은 일과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거죠. 그래도 앞날이 밝은 고소득 직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 손해사정사가 되려면 >

 

자격증 시험 준비에 필요한 공부 기간이 최소 3년 정도로 알려져 있을 만큼 자격증 따기가 어렵고 깐깐하다. 시험은 1차 객관식, 2차 논술식 시험으로 치러진다. 1차 시험은 보험계약법, 손해사정이론, 외상의학 등 여러 과목을 다루고, 2차 시험에는 실무를 위주로 한 서술형 논술이 출제된다.

 

출처:주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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