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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관리/직업의세계

경호원

김상엽 강사(김쌤) 2009. 1. 20. 10:53

“300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드는데 도저히 막을 수가 없더군요.”

경력 7년의 프리랜서 경호원인 김준현(31)씨는 4년 전 한 콘서트에서 열광하는 10대 팬들에게 떠밀려 넘어졌다. 수백 명이 그를 밟고 지나갔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양복이 찢어지고 무전기가 박살났다. 경호업체 YMG충용의 윤문기 대표(40)는 과거 의뢰인을 경호하다 상대가 휘두른 골프채에 머리를 맞은 경험이 있다. 열 바늘 넘게 꿰맸다. 경호원은 쉽지 않은 직업이다. 자기 몸 하나 지키기도 어려운 세상에 다른 사람까지 챙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일에 도전한다는 사람도 많다.

◇화려함은 잊어라=윤문기 대표는 직원을 채용할 때 “이 일이 멋있어 보여 왔다면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TV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경호원의 화려한 모습만 보고 도전한 사람은 십중팔구 오래 못 버티기 때문이다. 요즘도 현장을 뛴다는 그는 “이미지만 보고 시작한 사람은 대부분 1년도 안 돼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경호원의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경호 대상이 기업인이든, 연예·스포츠 스타든 마찬가지다. 윤 대표는 “의뢰인이 움직일 때까지 한 자리에서 두세 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현직 경호원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이 경호원의 자질로 책임감(34.1%)·희생정신(26.8%)과 함께 인내심(24.4%)을 꼽은 것도 그래서다.

◇무술만 갖곤 안 돼=경호업체 휴먼코드의 황호원(52) 대표는 “이제는 무술실력만으로 좋은 경호원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호원의 역할이 신변보호에서 의전·비서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경호원인 김준현씨도 “기업 최고경영자 등 사회 주요 인사의 경호를 맡으려면 외국어와 국제예절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말했다. 태권도·합기도를 포함해 무술 합계 14단인 그는 “지식을 쌓는 것은 운동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며 “특히 어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술에서도 공격보다 방어가 훨씬 중요하다. 청와대 경호실(현 대통령실 경호처) 고위직을 지냈던 한 인사는 “영화·드라마를 보면 경호원이 경호 대상을 뒤에 팽개쳐두고 뒤돌려차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도 있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경호원의 주된 임무는 공격이 아닌 철저한 보호”라는 것이다. 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왔던 1993년 미국 영화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 정도가 그래도 현실감이 있더라”고 덧붙였다. YMG충용 윤문기 대표는 “아무리 무술실력이 좋아도 방어 목적을 넘어선 안 된다”며 “자기 실력을 내세우며 함부로 상대방을 때렸다간 정말 큰일 난다”고 말했다.

◇어떤 일 하나=의뢰인을 신체적인 위험에서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업무다. 최근 각종 범죄가 늘면서 고위층·연예인 등 특수계층에서 일반인까지 경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 밖에 안전점검과 운전을 포함한 각종 의전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의뢰인의 심리적 안정을 지켜주는 일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주로 진출하는 분야는 민간 경호업체와 호텔·공항 같은 다중이용 시설이다. 대통령실 경호처를 비롯한 국가기관에도 수요가 있다.

분야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일반 기업이나 대형 사무용 빌딩도 활동무대가 될 수 있다. 휴먼코드 황호원 대표는 “과거에는 높은 사람이 드나들 때 거수경례나 하는 ‘수위’ 개념이었지만 최근엔 회사 기밀·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두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호원은 진출 분야나 경호 대상에 따라 연봉의 편차가 큰 편이다. 한국고용정보원과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해 경호원 평균 연봉은 2623만원이다. 일반적으로 초봉은 낮은 편이지만 경력이나 보유 능력에 따라 상승 폭이 작지 않다. 경호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으로는 ‘경비지도사’가 있다.

글=김선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자료 협조:인크루트 www.incruit.com


■선배 한마디
장시간 서 있고 밤샘 많아
인사성 등 친절이 몸에 배야


경호·경비 전문그룹 코세스의 백봉현(54·사진) 회장은 국내 민간 경호 1세대다. 경찰 출신으로 청와대 근무 경력도 있다. 1994년 회사를 차린 뒤에는 경호·시설관리 등 5개 법인을 거느린 그룹으로 키웠다. 그는 “국가 기관과 달리 민간 경호는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만큼 1인 2~3역을 해낸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바는.

“민간 경호는 서비스가 최우선이다. 예의범절을 가장 강조한다. 용모·복장을 포함해 의뢰인에게 주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그래서 인성교육을 많이 시킨다. 인사성은 기본이고 친절이 몸에 배야 한다.”

-어떤 사람을 주로 경호하나.

“다양하다. 과거엔 연예인이 많았는데 요즘은 중소기업인도 의뢰가 많다. 회사 사정상 보안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사업을 하다 보면 신변 보호가 필요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요즘엔 꼭 원한 관계가 없어도 단순히 돈을 잘 벌거나 성공했다는 이유로 범죄의 표적으로 삼는 경우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의뢰도 늘었다.”

-고객의 요구가 다양할 텐데.

“단순히 과시를 위해 경호를 맡기는 고객도 없지 않다. 이 경우 덩치가 크고 인상도 강하게 생긴 사람을 보내 달라고 요구한다. 선글라스도 끼도록 하고…. 과거엔 이런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 경호원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수행비서나 운전기사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

-가장 어려운 분야는.

“연예인 경호다. 극성 팬들을 완전히 떼어놓아도 안 되고, 너무 다가서도록 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스토커까지 있으면 더 힘들다. 연예인의 옷을 찢거나 머리카락을 뽑아가는 경우도 있다.”

-경호원에게 필요한 자질은.

“일단 무술은 어느 정도 해야 되지 않겠나. 단일 종목으로 2~3단 이상은 돼야 한다. 다음은 순간적인 판단력이다. 상대가 진짜 흉기를 들었는지, 아닌지 빨리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정신 자세가 중요하다. 자기 팔다리가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몸으로 막을 때는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경호원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선글라스를 끼고 좋은 차를 타는 모습에 반해 도전하는 것은 곤란하다. 장시간 서 있어야 하고 밤샘하는 날도 많다. 체력과 인내력,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신입사원의 상당수가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둔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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