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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동향/화학·소재·에너지

일본의 신성장동력 '식물공장'

김상엽 강사(김쌤) 2011. 2. 12. 17:11

서울로 치면 광화문 사거리에 해당하는 일본 도쿄 오테마치에 있는 인재파견회사 파소나(PASONA) 본사 1층.남쪽 창가의 큰 방에 들어서면 90㎡의 논에 벼가 자라고 있다. 옆방의 3단 선반에는 토마토 허브 상추 등 싱싱한 채소가 심어져 있다. 파소나가 2005년부터 설치한 식물공장이다. 각 재배실은 작물의 특성에 따라 특수 형광등과 나트륨등이 태양광선 효과를 내고, 온 · 습도도 자동으로 조절된다.

일본에는 이런 식물공장이 전국에 50개가 넘는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농산물도 제조업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일본이 식물공장에 힘을 쏟은 데는 이유가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이 39%에 불과한 일본은 식량난을 잠재적 위기로 인식했다. 일찌감치 식물공장 개발과 건설에 나선 배경이다. 일본은 미래 식량난에 대비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적극 허용하고,해외 농장 투자도 유도했다. 최근 곡물가격 급등에도 일본 정부가 비교적 담담한 건 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 벼 이삭 손질하는 식물공장 직원 > 일본 인재파견회사 파소나 그룹이 운영하는 도쿄의 실내 식물공장에서 한 직원이 벼 이삭을 손질하고 있다. LED와 고압나트륨 등으로 태양광선 효과를 내 벼 상추 양상추 장미 등 60여가지 작물을 키운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식물공장'2012년까지 150여개

일본 정부는 가격 등락이 큰 야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진작부터 식물공장 건설을 지원해왔다. 일본에서 식물공장은 지난해 50개를 넘어섰고,시장 규모는 100억엔(1350억원)을 돌파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지난해 지급한 관련 보조금만 146억엔이다.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내년엔 식물공장 수를 150여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기업들도 식물공장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보고 있다. 식물공장에서 출하되는 제품은 농약을 쓰지 않아 식품안전에 까다로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다. 철강업체인 JFE홀딩스는 작년 초 이바라키현에 대규모 식물공장을 준공했다. 다이세이건설도 농업벤처를 통해 식물공장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쓰비시그룹은 하이테크 농업회사인 다이요흥업을 최근 매수했다.

일본의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홀딩스는 식물공장을 건립하는 등 농업 분야 컨설팅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요코하마 등 대도시 근교의 공장 부지를 활용해 식물공장을 세운 후 이곳에서 채소를 대량 생산하는 방안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제안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식물공장연구회를 만들었다. 이 연구회에는 아사히글라스 다이킨 오지제지 등 다양한 업종의 74개사가 참여해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대기업 농업 진출 잇따라

일본에선 대기업의 농업 분야 진출도 활발하다. 일본의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은 2009년 농업 생산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온은 농장을 직접 경영하는 자회사 '아그리창조'를 이바라키현 우시구시에 설립하고,이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이온의 자체브랜드(PB)로 판매 중이다. 비닐하우스에서는 엽채류와 옥수수,노지에선 양배추와 완두콩 등을 기르고 있다. 직영농장 규모는 현재 2.6㏊(2만6000㎡)에 불과하지만,3년 후에는 15㏊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온이 농산물 생산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일본 정부가 농지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09년 6월 농지법을 개정해 농민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포기하고 대기업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온 관계자는 "농장의 직접 운영으로 생산단계부터 원하는 상품은 물론이고 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값싼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온에 농지를 임대한 이바라키현 우시구시의 이케베 시장은 "고령화로 경작을 포기한 농지가 늘어나고 있어 이온과 같은 농산물 판매전문업체와 협력해 근교농지의 재생을 이뤄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소매업계에서 농업 생산 분야에 가장 먼저 진출한 '세븐앤드아이'는 지바현의 농가와 공동으로 농업생산법인을 설립해 대형 슈퍼마켓인 '이토요카도'의 일부 점포를 통해 무와 당근 등 농산물을 2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출처 : 한경 2011.02.12

◆해외 농장 매입도 활발

일본 기업은 해외 식량자원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일본의 4위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선점하기 위해 2009년 중국 최대 곡물기업인 중량그룹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토추는 올해 미국 태평양 연안 지역에 물류 터미널시스템을 완공해 현재 1100만~1200만t 정도인 연간 곡물 거래 규모를 2000만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마루베니상사도 중국 국영업체 시노그레인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가격 변동폭이 큰 곡물인 대두 밀 옥수수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브라질에서 10만㏊ 규모의 농장을 매입해 경영 중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자국민의 식량 수요 충족이라는 소극적 차원의 식량 안보에 머물고 있는 한국 등 다른 아시아국가들과는 달리 일본은 해외에서 기회를 잡아 글로벌 공급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업 컨설팅업체인 하이퀘스트파트너스의 필립 드 파레로즈 컨설턴트는 "일본 기업이 해외 농장과 기반 시설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는 결국 기존 곡물 메이저와의 가격 경쟁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