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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화장품 3사

김상엽 강사(김쌤) 2010. 9. 25. 19:27


9월은 화장품 시장이 성수기에 접어드는 시기다. 땀에 찌드는 더운 여름인 탓에 잠시 화장품을 멀리했던 여인네들이 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9월이 되면 다시 화장품을 찍어 바르기 시작한다. 당연히 화장품업체들도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잘나가는 업체들은 계속 잘나가기 위해, 잠시 주춤했던 업체들은 새로운 도약기로 삼기 위해서다. 최근 9월을 새로운 도약기로 만들기 위해 뛰는 화장품업체들이 부쩍 눈에 띈다. 재미있게도 모두 한때 잘나가다 외환위기 이후 주춤해진 중견업체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주역이 2세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대표주자는 유학수 사장이 이끄는 ‘코리아나’와 이용준 대표가 이끄는 ‘한국화장품’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화장품시장은 연평균 약 7.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코리아나와 한국화장품은 연평균 매출이 약 6%나 감소했다. 한때 3000억원대였던 코리아나의 2009년 매출액은 1115억원, 한국화장품은 1000억원대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계속해 지난해 매출액이 510억원이다. 두 회사는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의지를 보인다.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 장남인 유학수 사장은 지난해 말 단독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전까지는 전문경영인인 김태준 대표와 공동대표이사를 맡았다. 전문경영인 밑에서 경영을 배우다 자신감을 얻은 후 단독 대표이사에 취임한 셈이다. 단독 대표이사가 된 이후 유학수 사장은 ‘젊은 코리아나’를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코리아나를 전면 개편 중이다.

현재 화장품업계 트렌드는 ‘더페이스샵’과 ‘미샤’로 대변되는 ‘저가화장품 브랜드숍’이다. 이후 수많은 브랜드숍이 우후죽순 시장에 나왔다. 심지어 화장품업계 1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마저 ‘에뛰드하우스’ 등의 브랜드숍을 선보이며 시장 따라잡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던 코리아나는 브랜드숍 시장에서 발을 뺐다. 유학수 사장은 ‘브랜드숍 대신 화장품전문점에서 기회를 찾겠다’ ‘에스테틱숍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두 가지를 새로운 전략으로 내걸었다. 브랜드숍 ‘이브로쉐’의 가맹사업을 중단한 것은 여기서 비롯된 결과다.

유학수 사장은 “한국과 똑같이 브랜드숍이 인기였던 일본의 트렌드는 이제 다시 화장품전문점으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일정 기간 후 일본의 유행을 따라가는 한국 시장 특성상 한국도 다시 브랜드숍 시대를 넘어 화장품전문점 시대가 돌아오리라 예상해볼 수 있다. 코리아나는 화장품전문점 시장에 주력해 향후 화장품전문점 시대가 다시 만개할 때를 대비할 것”이라 전략을 설명한다.

실제 한때 화장품업계를 좌지우지했던 브랜드숍 시장이이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더페이스샵 신화를 만들어냈던 인물들이 다시 뭉쳐 내놓은 ‘네이처리퍼블릭’도 예전과 같은 바람몰이를 하지 못하는 중. 후발주자로 뛰어든 수많은 브랜드숍들이 이름을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 브랜드숍은 단위면적당 매출액이 줄고 있는 등 여러 가지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코리아나는 올 상반기 ‘세니떼’라는 화장품전문점용 브랜드를 새로 출시했다. 브랜드숍이 대세가 돼버린 요즘, 화장품전문점에서 취급하는 브랜드는 몇 개 없다. LG생활건강과 코리아나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형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화장품전문점에서 유통된다.

유 사장은 또 ‘에스테틱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생각 아래 올 들어 에스테틱숍인 ‘세레니끄’의 프랜차이즈화를 시작했다. 원래 ‘세레니끄’는 코리아나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에스테틱숍. 코리아나뷰티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마사지 전문가들이 코리아나 에스테틱 브랜드를 갖고 고객에게 에스테틱 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이다. 유 사장은 올 들어 직영 에스테틱숍을 모두 프랜차이즈로 돌리고 그 개수도 늘렸다. 직영으로는 사업 확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덕분에 세레니끄 에스테틱숍은 최근 7개로 늘어났다. 유 사장이 이렇게 에스테틱숍에 집중하는 데도 나름 이유가 있다.

코리아나, 에스테틱숍에 집중
이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화장품 구매자의 상당수가 에스테틱숍에서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 역시 앞으로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유 사장 생각. 역시 에스테틱숍 시대를 대비해 미리미리 에스테틱숍을 확장하고 전문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발상이다. 지난해 에스테틱숍 전문 브랜드 ‘세레니끄’를 새로 내놓은 것 역시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한걸음이다.

한편 유상옥 회장 둘째 아들이자 유학수 코리아나 사장 동생인 유민수 씨는 코리아나 홍보를 전담하는 홍보대행사 스위치커뮤니케이션 회장이자 ‘코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코비스에서 판매하는 온라인전문화장품 브랜드인 제니스웰은 ‘신선화장품’을 콘셉트로 내세운다. 소량생산해 제조한 지 3~6개월 이내 제품만 판매한다는 게 원칙. 동시에 천연방부제 등 천연원료만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전성분 표시제’도 도입했다.

한때 아모레퍼시픽과 화장품업계 1~2위를 다투다 잊혀진 한국화장품도 올 들어 바쁘게 뛰고 있다. 단 방향은 코리나아와 정반대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화장품의 변신을 이끌고 있는 이는 이용준 공동대표다. 한국화장품은 지난 5월 제조법인과 판매법인으로 분리됐다. 제조법인은 ‘콜마’처럼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개발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자체 개발 상품을 만들어 판매망을 갖춘 유통업체에 제공하는 생산방식) 전문업체로 키운다는 청사진이다.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판매법인은 판매에서의 전문성을 키워 다양한 판매채널을 개척한다는 그림을 그린다.

제조법인은 기존 한국화장품 공동대표였던 임충헌 회장과 이용준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한다. 판매법인은 이용준 단독대표다. 이용준 대표는 임충헌 회장 조카로, 실질적으로는 3세 경영인인 셈이다. 이용준 대표 어머니인 김숙자 한국화장품 부회장이 임충헌 회장 처형이다.

한국화장품 제조법인과 판매법인은 최근 다양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먼저 제조법인은 단독 ODM업체로서 여러 화장품회사들과 제조 계약을 논의 중이다. 마케팅과 판매채널 다각화에서 실패했을 뿐 한국화장품 시절 기술력이 고스란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많은 화장품회사들이 한국화장품 제조법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판매법인은 이경민 메이크업아티스트와 손잡고 내놓은 브랜드 ‘크로키’를 현대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등 유통채널 다각화를 위해 애쓰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화장품은 최근 ‘더샘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지난 8월 더샘 1호점을 명동에 열었다. 더샘인터내셔널 역시 이용준 단독대표 체제다. ‘더샘’은 중저가화장품 브랜드숍. 브랜드숍이 10년간 활황일 때 넋 놓고 있던 한국화장품이 이제서야 뛰어들었다 할 수 있다. 너무 늦게 뛰어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화장품 측은 “늦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반문한다. 8월 19일 1호점을 오픈한 이후 보름 만인 9월 7일 현재 전국에 13개 점이 문을 열었을 정도로 공격적인 외형 확대 중이다.

올 초 5년 만에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김태훈 엔프라니 상무도 화장품업계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엔프라니는 최근 ‘홀리카홀리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숍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엔프라니도 조만간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편 사세가 축소된 중견화장품 2세 중 가장 관심을 받는 사람은 조윤호 스킨푸드 사장이다. 조 사장은 2000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조중민 전 피어리스 회장 아들. 2004년 12월 ‘몸에 좋은 음식은 피부에도 좋다’는 개념을 앞세운 스킨푸드를 시장에 내놨다. 스킨푸드는 현재 국내 422개, 국외 11개국에 217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25억원에 달한다. 스킨푸드에서 피어리스라는 과거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단초는 스킨푸드 관계사인 ‘아이피어리스’다. 아이피어리스는 스킨푸드 제품의 대부분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한다.      출처 : 10.09.10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