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저는 정말 취업 준비를 특별히 안 했거든요.” 올 2월부터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지해 씨(24)는 ‘스펙’을 묻자 얼굴부터 벌겋게 달아올랐다. 만점에 가까운 학점과 토익점수를 자랑하는 입사 동기들에 비해 부족한 점수라는 것. 최 씨는 평균 B학점 수준의 점수를 공개하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하지만 회사 인사 담당자는 “요즘은 토익 만점자가 워낙 많아서 사실상 변별력이 없다. 영어는 말하기 테스트 등 실제 수행 능력을 더 우선시해서 평가한다”고 말했다.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최 씨 역시 CJ제일제당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얘기다.》
“학점 낮고 스터디도 안했지만 토론동아리-여행 통해 여러 경험… 1시간 면접 오히려 즐겁던데요”
○ 현장부터 배우려 영업사원 지원
최 씨는 요즘 서울 종로지역을 돌며 병원을 상대로 내과 약물을 판매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지 이제 한 달 남짓. 그는 “제약 영업은 술과 돈으로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부닥치면서 편견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영업사원으로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뿌듯해했다.
사실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최 씨는 사내는 물론이고 제약업계에서도 특이한 경우로 꼽힌다. 제약영업에서 보기 드문 여성인 데다 약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약학부 출신인 최 씨는 올해 초 졸업과 동시에 약사면허를 취득했다. “약대는 진로가 다양하기 때문에 취업 준비보다는 전공 공부에 더 주력하는 편이에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약사국가고시 준비에 매달린 최 씨는 그러면서도 제약영업을 하기 위해 취업 준비를 병행했다.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주위의 성화도 있었지만 제약업계에서 계속 일을 하려면 영업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임상개발 파트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현장을 몰라서 괴리를 많이 느낀다고 하고요. 약대 특성상 의대와 마찬가지로 사회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편이어서 조직문화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 다양한 경험과 솔직함이 입사 비결
최 씨는 “다른 동기들처럼 취업 스터디를 하며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입사 비결인 듯싶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고 방학 때마다 해외로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났던 다양한 경험이 CJ제일제당의 선발 전형에 부합했다는 것이다. 그는 “토론하길 좋아하고 낯선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성격이라 토론면접과 1시간 이상의 면접으로 직원을 뽑는 전형과정이 오히려 흥미로웠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의 사원 채용 특성은 임원 2명과 지원자 1명이 1시간 이상 대화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최종 면접에서 두드러진다. 최 씨는 “다른 제약회사 한 곳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형식적이어서 과연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을까 의구심이 들었다”며 “그런데 CJ제일제당은 사람을 깊게 알아보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주제로 긴 시간 대화를 하다 보니 면접을 위해 준비한 번지르르한 말은 무용지물이 됐단다. 그는 “자연스럽고 솔직한 대화가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졸업을 하고 보니 학점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충고가 괜한 것이 아니었다”며 “미리 준비하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라고 웃으며 강조했다.
■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합격요인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해 직무 이해도가 뛰어났음.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 현황과 중장기 계획을 미리 공부하는 등 준비성도 철저했음.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데다 면접과정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줘 CJ그룹의 인재상인 ‘유연하고 오픈마인드를 가졌으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에 부합했음.
―제약영업 직무활동에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잘 구사하고, 어느 상대방과도 대화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여성 특유의 세밀함과 함께 남자 지원자 이상의 적극성도 갖고 있어 까다로운 상황이 발생하는 제약영업에 적임자라고 판단됐음.
▼‘CJ제일제당’은 어떤 회사▼
작년 매출 3조4949억… 국내 최대 식품-바이오기업
CJ제일제당은 국내 최대 식품·바이오기업. 설탕 밀가루 등 소재식품부터 햇반 다시다 스팸 등 다양한 가공식품과 라이신, 사료까지 생산해 지난해 3조4949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1984년부터 제약사업을 시작해 2004년에 한일약품을 인수하면서 국내 대표 제약회사로 발돋움했다. 전문 의약품뿐만 아니라 컨디션, 스칼프메드, 화이투벤 등 일반 의약품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인기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제약사업 부문에서만 2013년까지 매출 1조2000억 원을 올리겠다는 게 CJ제일제당 측 목표다. 이를 위해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CJ그룹 차원에서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진행한다. 서류전형과 인지능력검사 등 필기시험, 임원면접, 인성평가, 역량면접 등 총 5단계로 진행된다. 출처: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