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그룹이 운영하는 우라와미소노 쇼핑센터 내부. 지방의 작은 소매상에서 출발한 이온그룹은 오늘날 일본 전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종합슈퍼마켓과 편의점 등 점포 1만여 개를 거느린 거대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이타마=천광암 특파원 |
일본 도쿄(東京) 부도심에서 사이타마(埼玉)고속철도선을 타고 1시간 정도 떨어진 우라와미소노(浦和美園)역에 내리면 거대한 시설물 2개가 눈길을 붙잡는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축구 전용구장인 사이타마 스타디움과 이온그룹이 운영하는 우라와미소노 쇼핑센터다.
건축 면적만 따지면 사이타마 스타디움의 1.6배인 쇼핑센터 안에는 이온그룹의 종합슈퍼마켓(GMS·슈퍼마켓이 식료품을 주로 파는 데 비해 종합슈퍼마켓은 의류 가구 전자제품 등도 함께 판매)인 자스코와 200개가 넘는 전문점, 식당가, 극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고다마 다케시(小玉毅) 이온㈜ 코퍼레이트 커뮤니케이션 부장은 “일본에 있는 몰(mall)형 대형 쇼핑센터 100여 개 중 80% 이상을 이온그룹이 운영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여기보다 2배가량 큰 쇼핑센터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온(주) 개요 | |
구분 | 내용 |
창업 연도 | 1758년 |
업종 | 종합유통업(GMS, 슈퍼마켓, 편의점, 백화점 등) |
연매출(자회사 포함) | 5조1673억 엔 |
종업원 | 24만여 명 |
계열사 | 168개 |
본사 소재지 | 지바 현 지바 시 미하마 구 나카세 |
홈페이지 | www.aeon.info |
○ 하루 1000만 명이 이용
일본의 몰형 쇼핑센터 대부분을 이온그룹이 독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이온그룹은 올해 2월 현재 일본 전역과 중국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 걸쳐 GMS 606개, 슈퍼마켓 1182개, 편의점(미니스톱) 3082개, 전문점 4504개 등 점포 1만1274개를 거느리고 있다.
평일에는 400여만 명, 주말과 휴일에는 1000여만 명이 이온그룹의 점포를 이용한다.
자회사를 포함한 이온㈜의 연간 매출액은 5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지금은 세븐앤드아이홀딩스그룹과 함께 일본의 유통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이온그룹이지만 250년에 이르는 역사 중 약 210년간은 지방의 작은 소매상이었다.
이온그룹이 본거지인 미에(三重) 현 밖에 처음으로 분점을 낸 것이 1965년의 일이다.
미에 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소매상 ‘오카다야’를 수십 년 만에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유통업체로 발전시킨 이는 오카다 다쿠야(岡田卓也) 명예회장이다.
○ 피합병회사에 최대한 자율권
1946년 오카다야 사장에 취임한 오카다 명예회장은 1959년 선진국 유통시장을 돌아보기 위해 1개월 동안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점포 수가 8000개에 육박하는 미국의 최대 슈퍼마켓 체인 A&P 등을 직접 눈으로 본 그는 유통업을 근대화하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하지만 당시 오카다야의 점포는 고작 2개뿐이었다. 기존 점포에서 버는 돈을 모아 전국적인 유통체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동업자를 규합해 합병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오카다 명예회장은 1968년 각각 효고(兵庫) 현과 오사카(大阪) 부에 본거지를 둔 ‘후타기’ 및 ‘시로’와의 합병을 통해 이온의 전신인 자스코를 설립했다.
이후 오카다 명예회장은 이른바 ‘연방제 경영’으로 점포 수를 급속히 늘려나갔다. 연방제 경영이란 지방의 소매업체들을 합병한 다음 자스코가 100% 출자한 지방법인을 만들고, 다시 피합병회사의 경영자를 사장에 앉혀 경영을 맡기는 방식.
효율화를 위해 필요한 기능은 본사가 권한을 가져가되 일상적인 경영은 지역 사정에 밝은 피합병회사 경영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연방제 경영은 자스코가 편의점 등 새 업종 개발전략을 대대적으로 채택한 198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다.
○ “값 올려 돈 벌지 말라”
적극적인 합병과 함께 이온그룹의 성장을 떠받쳐온 또 하나의 핵심전략은 박리다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에서는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값 폭등으로 특정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20년, 30년 만에 인상됐다는 뉴스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온그룹은 지난해 8월 직영점 380곳에서 소비자들이 많이 사는 100가지 품목의 가격을 한동안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11월 말에는 이온그룹이 개발한 자체브랜드 ‘톱밸류’ 5000개 품목 중 가계부에 영향이 큰 식빵, 간장, 케첩, 생수, 세제 등 24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인 가격 인상 도미노 속에서 이온그룹이 꿋꿋이 가격 파괴 전략을 이어나가는 비결은 물류시스템에 있다는 것이 고다마 부장의 설명이다.
“흔히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할 때는 일단 만들어 자체 창고에 보관한 뒤 유통업체가 원하는 장소까지 운송을 해야 한다. 하지만 톱밸류의 경우 이온그룹에 소속된 트럭이 제조업체 공장까지 가서 직접 실어오기 때문에 중간마진을 없앨 수 있다.”
고다마 부장은 “박리다매는 이온그룹이 창업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고수하는 원칙”이라면서 “오카다 가문에는 ‘올려서 벌지 말라, 내려서 벌라’는 가훈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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